‘똥’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린다. 제목은 ‘숭고함과 더러움의 5중주’다. 똥은 ‘생명과 순환’을 뜻해 숭고하다. 사람들은 제 몸속에서 나온 걸 불결하다 여기며 멀리 한다. 5중주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교, 기철학을 가리킨다. 이들 종교 교리·문화가 ‘똥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가’를 들여다본다. 주최자인 한국종교교육학회와 유니스트 사이언스월든은 “똥은 근대 이전 많은 지역에서 비료나 연료로 순환되었지만, 근대 이후에는 쓰레기로 버려지면서 생태위기를 가속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종교의 ‘성/속(聖/俗) 이분법’과 똥의 순환적 가치 사이에 새로운 연결 고리를 탐구하려고 한다”고 했다.
■똥이 삶과 분리될 수 없음 깨닫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불교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생멸의 과정과 배설, 감관의 수호: 똥에 관한 불교적 독해’로 주제 발표한다. 발표문을 보면, 불교도 똥오줌을 일차적으로 더러운 것으로 분류한다. “그것은 상대 여성의 뱃속에 들어있는 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성욕을 억제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표출되거나, ‘마른 똥막대기’처럼 필요하기는 하지만 더러워서 따로 보관해야 하는 대상”이다.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우소(解憂所)라 이름 붙였지만, 해우소 관리 소임은 기피 대상이다.
박 교수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직접적 수행법으로 받아들이는 몸(身), 느낌(受), 마음(心), 진리(法)의 ‘사념처(四念處) 수행’에서 ‘똥의 위상’을 다시 들여다본다. 네 가지 관찰대상 중 하나인 몸에 관한 관찰에서 똥 누는 행위는 ‘분명히 알아차리면서 해야 하는 것’인데, 그 과정을 ‘감관의 수호’라는 이름으로 규명해 볼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무엇을 먹고 소화를 시켜서 똥이 만들어지고 또 그것이 항문을 통해서 나오는 과정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붓다의 경구는 똥을 단지 더러운 것으로 분류하면서 피하려고 하는 일상의 태도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똥 자체가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삶 자체와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일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것이다.”
박 교수는 근대 서구문명의 수세식 화장실 문화를 두고 먹는 것과 싸는 것 사이의 순환고리를 상실하고, 더러움과 깨끗함을 구분하는 기준·경계로 형성·공유한 상(相)이 빚어낸 결과물로 본다.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것들을 그저 더럽고 불쾌한 것으로만 여기게 만드는 이 문화는 교육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면서 지구촌을 오염시키고 인간들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일상과 깨달음, 중생과 붓다를 구분하지 않는 불교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한다. “일상에 편재해 있는 어리석음의 구비들을 지금 이 순간 내 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섭생과 배설의 과정”에 관한 집중이자 “똥과 오줌이 우리가 오늘 만나고 있는 공기와 햇빛, 음식 등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이다.
■기독교의 생태신학적 ‘뒷간신학’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의 주제는 ‘뒷간신학과 기독교적 종교교육’이다. ‘더러움과 혐오’라는 보편적 인식에서 ‘똥의 성서적 의미’, ‘똥과 관련한 신학적 성찰로서의 뒷간신학의 조감도’, ‘뒷간신학을 배경으로 한 기독교적 종교교육의 방향’을 살핀다. 발표 요지에서 손 교수는 “생태신학적 뒷간신학의 관점에서 똥을 결코 부정한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똥의 구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관점에서 똥이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현대문명·교회 비판의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김남희 가톨릭대 교수는 ‘회개와 보속의 생태신학적 재발견과 새로운 상상-배설과 되살림의 창발적 변환’이라는 발표 주제를 “‘버림(배설)’의 미덕을 상기시켜주는 종교 의례”인 고해성사에서 풀어나간다. “고해성사는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위에 대한 회개에서 시작되며, 고백을 거쳐 실천적 속죄 행위인 보속(補贖)으로 마무리된다. 이 일련의 고해성사 과정이 생태적 회개, 생태적 자기 고백, 생태적 보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찰한다. 김 교수는 보속을 순례와 연결하며 생태적 대안을 모색한다.
“걷기 순례를 한다는 것은 고해성사 때 고백했었던 버림(배설)의 순간을 기억하고, 피조물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되살림의 시간을 길 위에서 육체적 고통과 마음의 불편함 속에서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김 교수는 “나아가 자신이 걸어가는 그 길을 재발견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 화해와 일치의 길을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걷기 순례는 통합적 생태론에 기반한 생태적 보속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순환적 관점에서 똥을 더럽다고 보는 관점서 탈피해야
김교빈 성균관대 교수는 ‘기철학에서 본 똥의 가치와 의미’에서 화담 서경덕의 기철학을 중심으로 똥의 가치와 의미를 짚는다. 그는 “장자, 장횡거, 서화담은 만물의 변화를 기의 취산으로 설명하면서 어떤 존재이든 모두 거대한 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봤다”며 기철학에서 ‘순환적 사고’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기철학이 똥을 더럽다고 보는 인식의 전환을 가능케 하며 이를 바탕으로 만물일체론을 끌어낸다고 봤다. “만물이 하나라는 장자의 생각이나, ‘모든 사람이 동포이고 만물이 벗’이라고 한 장횡거의 생각, 그리고 기의 질서가 수의 질서로 환원되며 수의 질서는 소리의 질서로 환원된다고 보고 대자연의 하모니로 어우러지는 대화해(大和諧)의 세상을 꿈꾼 서경덕의 생각이 모두 그러한 인식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기철학의 시사점으로 만물 평등의 관점을 꼽았다. “장자는 모든 것을 상대화시킴으로써 만물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끌어냈고, 장횡거 또한 만물이 기로 이루어져 있고 기의 취산을 통해 태허와 만물의 순환 과정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만물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전개했으며, 서경덕은 그런 사고에 확장하여 현실에서의 실천으로까지 나아갔다”고 했다.
박현도 서강대 교수는 ‘정결은 신앙의 절반: 이슬람문화에서 생태 화장실은 가능한가’에서 정결례를 중시하는 이슬람 전통 속에서 친환경적인 물 없는 화장실의 가능성을 살핀다. 예멘과 잔지바르의 전통적인 건식 화장실에서 생태화장실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똥의 생태적 부담 최소화하는 ‘똥본위화폐제’
주최자인 유니스트 사이언스월든의 이름은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과 ‘과학’을 결합한 것이다. 이 단체는 똥을 생태적으로 재처리해 생태에 주는 부담을 극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산출되는 가치를 똥을 만들어낸 모든 이에게 되돌려주자는 ‘똥본위화폐’를 주장한다. 김 교수는 “‘똥본위화폐’ 프로젝트가 현대사회의 소득불균형과 인간 소외, 세대 갈등, 학점과 학위에 따른 교육 격차 등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는다면 (순환적 사고 등을) 기반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분리와 투쟁이 아니라 공감하고 소통하는 감통(感通)의 세계관으로 바꿔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학술대회 시간은 22일 오후 1시이다. 주최 측이 개설한 주소(https://us02web.zoom.us/j/86540401180?pwd=b3VabHNnSzhjd3dUb3FHaU55TlB3UT09)로 들어가면 된다. ID는 865 4040 1180, 암호는 348596이다.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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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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