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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대나무가 1년에 11m나 이동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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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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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번식력이 왕성해 연간 평균 2.8m, 최대 11m 떨어진 곳까지 뿌리를 뻗쳐 새끼 대나무를 탄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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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왕성한 번식력과 강한 생명력으로도 유명하다. 씨앗이 아닌 땅속 새로운 뿌리줄기로 세력을 넓힌다. 연간 최대 11m까지 확산하는 것이다. 원래 서 있는 자리에서 11m떨어진 곳에까지 ‘새끼 대나무’를 탄생시킨다는 얘기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대나무 확산 특성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경남 진주·하동·산청·의령 등 27개 대나무 숲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사 결과, 대나무는 1년에 평균 2.8m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멀리까지 확산한 경우는 11m로 조사됐다.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대나무 숲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진주·사천·거제 등 8곳에 있는 대나무 숲을 항공 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2000년에는 대나무 숲 1곳당 평균 면적이 1.43㏊였으나 2019년에는 3.48㏊로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나무 숲 1곳당 약 2㏊씩 면적이 증가한 것이다.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한 대나무 숲은 면적이 무려 4㏊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이 대나무 숲 면적은 0.86㏊였으나 2019년에는 4.96㏊로 늘었다. 20년 사이에 대나무 숲 면적이 5.8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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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사이에 무려 4㏊가 늘어난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한 대나무 숲.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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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지 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연구사는 “전국에 분포된 대나무 숲의 연간 확산 면적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1㏊당 매년 1000㎡씩 확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서식중인 대나무의 면적은 약 2만㏊로 추산된다. 한국에 서식하는 대나무는 왕대, 솜대, 맹종죽이 대부분이다. 대나무는 연간 평균 10도 이상, 강수량 1000㎜ 이상인 생육환경이 필요하다. 국내 대나무 자생지 가운데 96%가 남부지방인 전라도와 경상도에 몰려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대나무 확산이 빨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정밀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가구재·연료·식재료(죽순)·조경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대나무는 최근 온실가스 흡수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나무 숲 1㏊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은 30t이 넘는다. 이는 소나무 숲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하지만 방치된 대나무 숲의 급격한 확산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인접 농경지와 묘지는 물론 건축물에까지 침입해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생물 다양성 감소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대나무에서 방출되는 물질이 하층 식생의 생육을 억제하거나 고사시키는 탓이다.

손영모 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장은 “온실가스 흡수량이 많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대나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대나무 숲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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