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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을 사람에게…이종간 이식 실험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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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에 사흘간 연결…면역 거부 반응 없이 정상 작동 확인

한겨레

장기이식 실험 연구에 사용된 유전자 편집 돼지 ‘갈세이프’. 리리비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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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사람과 장기 크기가 가장 비슷한 동물이다. 따라서 오래 전부터 사람한테 장기를 이식해 줄 수 있는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종간 장기 이식은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거부반응 유발 물질을 없앤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소장 연구진은 지난 9월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결과, 사흘 동안 거부 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식에 앞서 뇌사 환자 가족으로부터 장기 이식 실험 동의를 받았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환자 몸 밖에 둔 채 환자의 혈관을 연결한 뒤 3일간 면역 거부반응과 정상 기능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식된 돼지 신장은 즉각적인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드는 신장 기능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신부전 증상 지표 중 하나인 크레아티닌도 신장 이식 후 ‘거의 즉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몽고메리 박사는 장기가 체내에 이식되지는 않았지만 장기가 신체 외부에서 기능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체내에서도 작동할 것이라는 강력한 지표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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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을 사람한테 이식하는 실험은 안전성 문제로 그동안 금지돼 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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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으로 돼지의 면역 거부 반응 유발 물질 없애


이번 실험에 사용된 돼지는 면역 거부 반응의 주범인 돼지 세포의 당 분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 ‘갈세이프(GalSafe)다. 갈세이프는 지난해 12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품 및 의료용으로 써도 좋다는 안전성 승인을 받았다. 이 돼지를 개발한 업체는 리비비코어(Revivicor)로,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피피엘 세라퓨틱스(PPL Therapeutics)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모회사인 생명공학업체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당시 이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에 도전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실험은 54시간 동안 진행되고 끝나버렸지만, 만성적인 이식 장기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신장이 필요한 9만명을 포함해 현재 10만명 이상이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으나, 장기 부족으로 매일 12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또 50만명의 신부전증 환자들은 힘든 투석 치료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존스홉킨스의대 도리 세게브 교수는 “이식 장기의 수명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실험은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공유 연합 네트워크(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유전자 조작 돼지의 장기가 살아 있는 인간에게 사용되기까지는 돼지 바이러스 감염 우려 등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종 장기 이식은 오래 전부터 시도돼 왔다. 1960년대엔 몇몇 환자가 침팬지 신장을 이식받아 최대 9개월까지 생존했다. 1983년엔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소녀가 20일 동안 생존했다.

이후 의과학자들은 키우기가 더 쉽고 6개월만에 성인 몸집 크기까지 자라는 돼지에 주목했다. 그동안 돼지 심장과 신장 이식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해왔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이식 실험은 안전상의 문제로 금지돼 왔다.

그러다 식품의약국이 유전자변형 돼지에 대한 의료용 사용 허가를 내줌으로써 이종간 장기 이식 실험의 물꼬를 터줬다.

동물 윤리 문제를 연구하는 헤이스팅스센터의 카렌 마쉬케 박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동물 복지에 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장기이식용 돼지를 키우는 것이 용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더라도 다른 이슈가 있다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걸 해야만 할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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