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게 된다…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하라”
고발 배후에 검찰 있다는 것 여러차례 암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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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며 고발 배후에 검찰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고발장을 제출하러 검찰에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설명하고, <문화방송>(MBC)의 이른바 ‘검언유착’ 보도를 범여권과 연계된 ‘윤석열 죽이기’라며 윤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비호하기도 했다.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웅-조성은 전화통화 전문 녹취록’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오전 조씨와 한 전화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지검이) 아니면 위험하대요”라고 말했다. ‘저희’가 누구인지와 ‘내랍니다’ ‘위험하대요’라고 말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고발장 전달자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목된 상황에서 김 의원이 검찰 내부자의 말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또 “이동재(전 채널에이 기자)가 양심선언하면 바로 키워서 (고발)하면 좋을 거 같은데요”라며 “얘들이 ‘제2의 울산사건이다’, 선거판에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고 엠비시를 이용해서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일단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윤석열 죽이기, 윤석열 죽이기’쪽으로 갔다. 그리고 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기자의 양심선언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김 의원은 이어 “‘안양 동안’에 나오는 민병덕이랑 얘들이 지금 배후거든요. 황희석이랑 얘들이 배후인데”라고 덧붙였다. 당시 총선에 출마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언유착’ 의혹 보도의 제보자 지아무개씨의 변호인이었고,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에 기록된 피고발인이었다. 이때도 김 의원은 ‘얘들’이 누구인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시 오후에 이뤄진 두번째 통화에서 김 의원은 고발장을 오전 통화에서 언급한 남부지검이 아닌 대검에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대검을) 방문할 거면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옛날 공안부장 있죠? 그 사람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은 드러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되는 거예요”라며 “차라리 그것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사람들이) 가야 한다. 예를 들면 ‘언론피해자’, 지금 언론장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해서 가는 게 낫겠죠. 검찰색 안 띄고”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 (중략)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이쪽(당쪽)에서 항의도 좀 하시고”라며 세부적으로 지시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직접 낼 사람으로는 심재철 당시 당 원내대표를 꼽기도 했다. “심재철 의원님 같은 분은 좋죠. 왜냐면은 그 지팡이 짚고 가서 이렇게 하시면은 그거는 좀 모양새가 좋은 거 같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일단 월요일 날 고발장, 만약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에다가 얘기를 해놓을게요”라고 말했다. ‘그쪽’은 대검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조씨와 두차례 통화했다. 통화는 오전 10시3분부터 7분58초, 오후 4시24분부터 9분39초 등 모두 17분37초동안 이뤄졌다. 조씨는 최근 법무부가 인증한 업체를 통해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이런 내용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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