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뉴 미디어의 부상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시청률 조사 방식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청 행태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시청률 조사를 위한 표본집단인 패널의 구성 역시 각 플랫폼별 상이한 비율이 적용돼 왜곡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언론학회는 최근 '현행 시청률 조사의 한계와 시청행태 변화에 따른 대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시청률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성윤택 KOBACO 박사는 "시청 기록이 있음에도 시청률 0%가 나오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널 뛰는 시청률 문제와 시청률 조사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시청률 조사는 표본조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국내 시청률 데이터의 조사 및 제공은 AGB 닐슨에서 95% 이상을 점유해 사실상 독점 형태다. 시청률 조사에 참여하는 표본 가구인 ‘패널’은 각 플랫폼, 지역, 연령, 성별 등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닐슨의 시청률 조사 방법상 플랫폼 간 패널 비율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AGB닐슨 시청패널 자료에 따르면, 모집단 비율에 대비하여 케이블 패널 비율은 현저히 적고, 반면 IPTV 패널 비율은 과도하게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블의 경우 모집단 대비 패널비율이 약 60% 수준으로 과소표집된 반면 IPTV는 126%로 과대표집 됐다(전국가구 기준). 이는 그만큼 패널 1명이 대표하는 값이 IPTV 대비 케이블 패널은 과도하리만큼 크게 반영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같이 모집단에 비해 패널 비율이 상이하게 구성되자 시청률 조사 업체는 자체적인 가중치를 적용한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지만 시청률 ‘0’의 경우 구제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성 박사는 "시청률 검증 필요하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우려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활빈 강원대 교수는 "미디어 환경과 시청행태가 변화했는데 시청률조사방식은 변화가 없다"며 "광고주입장에서는 광고 집행을 하려면 시청률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시청률조사 방식의 개선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기현 연세대 박사 역시 "패널의 적정성 문제 있다"며 "시청률 제로가 나오는 것을 해당 사업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경우 광고 매출이 주요 수익원인 만큼 실제 시청 기록과 달리 시청률 제로가 나오게 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는 "민간에서 사업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 주도하에 시청률 검증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셋톱 박스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이 경우 개인이 아닌 가구 데이터라는 한계가 있고 플랫폼 사업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용찬 KISDI 박사 또한 "시청률은 공공성도 포함되기 때문에 민간에만 맡겨서 해결될 수 없다"며 "시청행태는 다변화되고 패널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지는 등 조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와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TV 수상기가 일반 시청자의 시청행태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겠느냐"면서 "커버리지의 문제"라고 꼽았다.
시청률조사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패널조사와 셋탑의 데이터를 결합하는 작업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정 박사는 "모두 이 취지에는 동감하나 실제 실행까지 쉽지 않은 문제"라며 "규제당국이 나서서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닐슨미디어의 황성연 박사는 "시청률이 제로가 안 나오게 하려면 많은 패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닐슨 입장에서도 검증 체계나 검증 기구가 있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청률 조사방식의 한계가 있는 것은 인정하고 있으나, 닐슨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미국 MRC처럼 K-MRC(미디어 데이터 협의체)와 같은 기구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MRC는 미국에서 1960년대 시청률 검증을 위해 조직된 기구다. 지난해 기준 155개사가 회원으로 가입돼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시청률 조사 방법과 이를 위한 기준, 조사 수행 등을 마련, 논의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시청행태 변화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는 상시적 기구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박사는 "방송발전기금 등의 정부기금 활용해서 시청률조사 방식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