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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국민 엄마' 메르켈 총리 리더십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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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기 케이티 마튼이 쓴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는 퇴임이 쓸쓸하기 마련이다.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인 레임덕이 그 대표적 징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등등했던 권력은 비난과 질시 속에서 순식간에 속절없이 무너져간다.

하지만 예외적인 최고지도자도 간혹 있다. 대표 사례가 조만간 퇴임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67) 총리다. 올해로 16년째 총리직을 수행 중인 메르켈은 퇴임을 목전에 두고도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75%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다.

독일 국민들은 메르켈 총리를 '무티(Mutti·엄마)'라고 부른다. 엄마처럼 아주 친숙한 지도자라는 얘기다.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신뢰는 그만큼 두텁다.

그의 포용 리더십은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아프간 난민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섰고, 그린피스 창립 기념 행사장에 참석해서는 다자 간 조치 없이는 기후변화에 맞설 수 없다며 공동대처 필요성을 앞장서 외쳤다. 지난 8월 말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정상회의를 가진 뒤엔 애초 분량의 두 배에 이르는 코로나19 백신 7천만 회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세계 정치사에서 보기 드물 만큼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동독'의 '여성' '과학자' 출신으로 정계에서 철저히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어떻게 그토록 위대한 리더십을 만들어내게 됐을까?

헝가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인 케이티 마튼은 독일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남편을 통해 메르켈 총리와 인연을 맺고 20년 동안 관계를 유지해왔다. 신간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은 그녀가 메르켈 총리를 직접 취재하고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 펴낸 다큐멘터리다.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 메르켈 총리는 총리실을 기꺼이 공개하는 등 허물없이 저자를 대했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저자는 메르켈 총리를 4년 전부터 밀착 취재하고 친구와 보좌관 등 주변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할 수 있었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취재력과 필체로 총리의 내밀한 정치력을 포착해낸 이 책의 영문 원저는 미국의 아마존에서 이달 26일 출간될 예정인데, 국내 출판사인 모비딕북스가 지난 8월 초 판권 계약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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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두고 16일(현지 시각) 터키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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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해 양로원 노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자는 메르켈 리더십의 핵심이 '경청'과 '소통'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힘이라고 설파한다. 인기와 칭찬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인내와 설득으로 성과를 내는 정치를 추구해왔다는 것. 다시 말해 화려한 수사 대신에 결과를 내는 실천에 집중했다. 예컨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메르켈 총리는 "그 과정에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중요한 건 자존심이 아닌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메르켈 총리는 욕망하는 결과를 얻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자존심 따위는 제쳐두곤 했다. 국내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연함과 겸손함으로 당파를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모든 독일 국민의 총리'로 활동해온 것이다.

"나는 과학자예요. 문제들을 가장 작은,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부분들로 쪼개는 것을 좋아해요."

경청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은 국제 정치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특히 푸틴과 도널드 트럼프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때로는 어르고 달래며 세계가 존중해야 할 규칙과 가치를 지켜내는 데 앞장섰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사생활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메르켈 총리가 공직 생활의 무게를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만의 생활과 공간 덕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메르켈 총리가 남편과 함께 호수와 산림으로 둘러싸인 호엔발데 마을에 시골집을 짓고, 주말이면 오페라를 듣고 요리를 하며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고 귀띔한다. 이 영향으로 조만간 자연인으로 돌아가더라도 권력이라는 마약을 결코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2015년 '타임'지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던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엔 퓨 리서치 센터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뽑혀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마지막까지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퇴임 이후 일상에 대해 미리 들려주는 메르켈 총리의 말에는 특유의 소탈함과 겸손함이 묻어난다.

"잠을 푹 자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을 겁니다. 그리고는 신선한 바람을 쐬러 외출하고 남편이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 것입니다. 극장에 가거나 오페라를 보러 가거나 콘서트에 갈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이 있으면 좋은 책을 읽을 겁니다. 그리고 저녁을 차릴 거예요.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윤철희 옮김. 모비딕북스 펴냄. 468쪽.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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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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