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미국·유럽이 압력 가해”
지난 4월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각국 지도자들과 민 아웅 흘라잉(맨 오른쪽 아래)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이 앉아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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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이달 말 열리는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사정부 지도자를 참석시키지 않기로 했다. 미얀마 군부의 약속 미 이행을 문제 삼은 것으로, 국제사회의 미얀마 군부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16일(현지시각)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가 이날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총사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부 지도자의 참석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아세안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지도자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은 이 지역 국가들이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아왔다. 1967년 설립된 아세안은 미얀마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태국) 등 동남아 10개국이 가입한 준 국가연합으로, 해마다 11월께 정상회의를 열어왔다. 올해 모임은 이달 26~28일에 열린다.
아세안은 전날 외교장관들이 화상회의를 열어 흘라잉 사령관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허용 여부를 논의했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이 미얀마 군부의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아 흘라잉 사령관의 회의 참석 배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발생 두 달 여 만인 4월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폭력 중단 △정치범 석방 △인도적 지원 허용 △아세안 특사 임명 등 5가지 중재안에 합의했다. 아세안 국가들이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고 미얀마 최고사령관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약속받은 것이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합의 이틀 만에 총격을 가해 시민 2명을 살해하는 등 사실상 합의를 백지화했다. 지난 8월4일에는 에리완 유소프 브라나이 제2 외교장관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 특사로 지명됐으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에 합의하지 못하는 등 아직 미얀마를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은 미얀마 군사정부 지도자 대신 미얀마의 비정치적 대표를 회의에 초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초청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브루나이는 일부 국가들이 미얀마의 반 쿠데타 진영이 결성한 국민통합정부(NUG) 지도자를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하자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의 결정에 반발했다. 미얀마 군정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미얀마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의 결과에 대해 극히 실망했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외세 개입은 여기서도 볼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세안 지도자들에게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을 배제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아세안의 이번 결정은 유엔(UN) 등 국제사회의 미얀마 군정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아세안 외교장관들과 화상회의를 가지려다 회의 하루 전 취소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의 참석을 의식한 조처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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