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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이재명 지사가 靑瓦臺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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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낯이 두껍다. 기업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고 또 시험한다. 그게 장사의 도리, 바로 상도의(商道義)다. 상도의를 지키는 회사는 흥(興)하고 상도의를 망각한 회사는 밀려나는 과정을 통해 신용이 쌓여간다. 사회 내부에 축적된 신용과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부자 나라 가운데 ‘사회적 자본’ 축적 순위가 꼴찌다. ‘사회적 자본’이 부실(不實)한 땅 위에 세운 성(城)을 모래성이라 한다. 한국산 반도체·자동차·휴대폰·배터리·대형 컨테이너 수송선이 세계 시장을 누빈다. 한국은 BTS를 보유하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만들고 윤여정을 낳은 나라다. 이런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바닥이란 게 말이 되는가.

조선일보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15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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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문재인 보유국’의 집권당이 대통령 후보를 뽑으면서 여실히 보여줬다. 정당의 대표 상품은 그 정당의 대통령 후보다. 기업이 시장에 내놓기 전 제품의 결함을 점검하지 않아 소비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회사의 책임을 묻는 게 ‘제조물 책임법’이다. 기업들은 2018년부터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됐다. 기업이 이 법률을 특히 두려워하는 이유는 소비자 손해를 입증하는 데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그럴 개연성’이 있으면 소비자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안전한가. 민주당은 이 지사를 시장(市場)에 깔기 전 제품의 유해(有害)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는가. 소비자들이 줄줄이 응급실에 실려 가야 그때 가서 제품 수거(收去) 여부를 생각해 보겠다는 건가.

대장동 사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가 아니었다. 보름달 커지듯 사태가 부풀어 올라 노숙자들끼리도 이야깃거리로 삼았다던 그 무렵, 민주당은 이 지사를 후보로 뽑았다. ‘대장동 게임’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을 쥐고 있던 시절에 설계되고 시행됐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이란 점쟁이 점괘(占卦) 같은 회사 이름과 천 억 단위 숫자에 지레 겁을 먹어서 그렇지 ‘대장동 게임’의 기본 설계는 간단하다. 고속도로 어느 지점에 8000억원을 쌓아두고 먼저 도착하는 팀이 전부를 먹는 게임이다. 고속도로를 타려면 먼저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승패는 톨게이트 통과 절차와 소요 시간에 달렸다. 김만배 팀은 하이패스를 붙이고 쏜살같이 톨게이트를 통과해 우승했다. 톨게이트를 지키던 인물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다.

대한민국은 ‘대법원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이 지사는 확실히 무죄다. 속이 구린 검찰과 냄새나는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두 기관이 합동수사본부를 차려 본들 ‘속이 구리고 냄새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뒤늦게 ‘적극’ ‘철저’ ‘총력(總力)’ ‘조속(早速)’이란 말로 수사를 지시했지만 대통령의 뜻이 네 단어 가운데 어느 단어에 실렸는지 의문이다. 유무죄 터널을 통과해도 ‘정치적 혼란’이란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지사 배짱은 알아줄 만하다.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집권하면 토건(土建) 세력과 유착한 정치 세력의 부패 비리를 뿌리 뽑아 ‘부동산 불로(不勞)소득 공화국’이란 오명(汚名)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가 그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복지법’을 통과시킨 며칠 뒤 ‘모든 미국인에게 일의 존엄성과 봉급 받을 때의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연설했다. 이 지사는 트럼프 교과서로 공부하는 모양이다. 대장동에서 큰 몫 챙긴 인물 가운데 가난한 사람은 없다. 돈을 높이 쌓아두고서도 배가 고픈 부자들에게 천 억 단위 ‘기본소득’ 돌린 게 대장동 잔치다. 이 지사 공약인 기본소득 주장은 국민에게 푼돈을 돌리는 것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 지사라는 굴(窟) 밖으로 나와야 한다. 제 숨을 집을 등에 이고 끙끙대는 건 달팽이다. 집권당 후보 갑옷을 입고 뭐가 두려워 굴 속에 웅크리고 있나. 이 후보 앞에는 청와대로 가는 넓은 길이 뚫려 있다. 굴 밖으로 나와 ‘특검(特檢)을 해 달라’고 힘껏 외쳐보라. 그 주문(呪文)을 외는 순간 청와대가 가까워질 것이다. 샛길과 지름길의 종점(終點)은 재판소다.

정치 수준과 경제 수준은 혼자 오르내리지 않는다. 정치인 수준과 국민 수준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두 바퀴다. 조금 길게 보면 한국 운명은 정치가 경제 수준으로 상승(上昇)하든가, 경제가 정치 수준으로 추락(墜落)하든가 둘 중 하나다. 제3의 길은 없다. 반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행동할 때라는 말이다.

[강천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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