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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유동규는 구속 · 김만배는 기각…위례사업 뇌물이 갈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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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장동 수사 물증 확보 ‘사활’

검찰, 정영학 녹취록 내밀었지만 김만배 혐의 입증 한계 드러나

위례개발 함께 한 남욱·정영학, 책임 넘기려다 자신들 혐의 부각


한겨레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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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서 배임 및 뇌물 혐의로 서로 묶인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 여부가 엇갈리면서 검찰 수사 방향도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구속 여부가 유무죄 기준은 아니지만, 뇌물을 주고받고 배임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두 사람 중 유 전 본부장만 구속되고 김씨는 구속을 면하면서 수사팀으로서는 이 간극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핵심 물증이었던 녹취록이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원 영장심사조차 넘지 못한 만큼, 검찰로서는 녹취록 내용을 뒷받침할 추가 물증과 구체적 진술을 새로 확보하는 것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2일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및 이로 인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법원에 적어내면서, 2013년 위례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아무개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로 적시했다. 또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지난 3일 이동희 서울중앙지법 당직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염려가 있다”며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내줬다. 수사 초기였던 만큼 배임·뇌물 등 혐의 내용 판단보다는 검찰 조사에 불응하거나 휴대전화를 은닉한 유 전 본부장 태도에 무게를 둔 영장 발부 취지였다.

반면 14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 동업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근거로 열흘 넘게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씨를 구속해 수사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통상 이번처럼 여론의 이목이 쏠린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가 미진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식의 검찰 체면을 세워주는 기각 사유 대신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다소 직설적 표현을 썼다.

이런 이유로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역시 발부된 주된 이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이 아닌 위례 개발사업 당시 받았다는 3억원의 뇌물 혐의 때문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2013년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와 함께 위례 개발사업에 참여했던 정아무개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 3억원을 건넸다며 당시 찍어뒀다는 현금 사진 등을 보여주며 정 회계사 등에게 150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이 사진 등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 남 변호사는 한때 동업자였던 김만배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인데, 오히려 자신들이 연루된 위례 개발사업 뇌물 혐의가 도드라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김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실한 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어 “수사의 에이비시도 지키지 못한 검찰의 무능력이 영장 기각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당연히 선행했어야 할 성남시청 압수수색과 이재명 후보 소환조사를 생략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이대로 가면 검찰이 명캠프(이재명 캠프) 서초동 지부라는 말까지 듣게 생겼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강재구 장나래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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