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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들어설 '부산 가덕도'…사라질 민속문화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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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조사 보고서 7권 발간

연합뉴스

부산 가덕도 굴 양식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거가대교가 놓이면서 부산의 서쪽 관문이 된 가덕도는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다. 지금은 다리가 있어 육지와 자동차로 왕래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배를 타고 가야 닿는 진정한 섬이었다.

면적은 24.56㎢로, 부산 도심과 가까운 영도보다 1.7배 크다. 인구는 약 3천500명이며, 법정동 5개가 있다.

오랫동안 평화로운 섬이었던 가덕도는 앞으로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권 신공항 부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공항이 완공된 뒤 상전벽해라는 비유가 어울릴 정도로 풍경이 바뀐 영종도처럼 가덕도도 옛 모습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급격한 변화를 앞둔 가덕도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한 민속조사 결과를 담은 7권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민속박물관은 '2021 부산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영도와 가덕도를 조사 지역으로 선택했다. 가덕도에 주목한 이유는 부산에서 드물게 전형적 농어촌 특성이 남은 섬으로, 민속문화가 보존됐고 개발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가덕도는 통일신라시대 당나라와 무역할 때 중요한 항구였고, 1544년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가덕진과 천성진을 조성한 군사 요충지였다"며 "긴 역사만큼이나 자연마을 형성 시기도 오래됐고, 200년 넘게 정착한 토착민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업 범위가 자연마을 단위로 형성됐고, 다양한 층위의 민속문화가 여전히 활발히 전승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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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봉수대제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고서 중 다섯 권은 눌차동·대항동·동선동·성북동·천성동 등 5개 법정동의 생업, 사회 조직, 세시풍속, 민간신앙, 구비문학, 일생 의례를 각각 상세히 소개했다.

나머지 두 권은 가덕도 사람들 이야기를 묶은 '부산의 큰 섬, 가덕도'와 해양민속을 분석한 '물고기의 길목, 가덕도의 해양문화'다.

'부산의 큰 섬, 가덕도'가 다룬 큰 주제는 여객선, 태풍, 여가, 이주다.

특히 여객선은 가덕도 주민에게 필수적인 교통수단이었다. 가덕도 여객선은 일제강점기부터 운행됐는데, 종착지는 대부분 부산이었다.

이현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은 "가덕도 주민들은 하루에 한 번 왕복하는 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갈 수밖에 없어 최대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했다"며 "여객선은 수심이 낮은 바다에서는 항해가 불가능해 동네별로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여객선까지 사람과 화물을 나르는 산판배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가덕도 물고기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덕도에서 잡히는 물고기로는 숭어·대구·전어와 생소한 어종인 고랑치 등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생선은 '겨울 바다의 진객'으로 불리는 대구로, 어획량이 한동안 급감했다가 2000년대 이후 늘어났다.

해양민속 조사를 담당한 김창일 학예연구사는 "대구가 한창 잡힐 때는 집 마당에 걸려 있는 대구 양을 보고 부를 가늠했다고 한다"며 "주민들은 가덕도 대구가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는 "우리 가덕도는 낙동강하고 제일 가깝다 아닙니까. 대구가 민물을 먹고 산다 아닙니까. 그래서 가덕도 대구가 맛있지요"라고 한 주민 이야기도 실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보고서를 국립·공공 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전자책 파일은 박물관 누리집(nfm.go.kr)을 통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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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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