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2.3%(1.74달러) 급등한 77.6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2.5%나 치솟은 81.26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2018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이날 기록적인 상승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11월 생산 규모를 종전과 동일하게 결정한 탓이었다. 이번 회의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 산유국들의 증산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따른 시장의 증산 기대와 달리 산유국들이 기존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데는 최근 전방위적인 세계 인플레이션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석탄 부족 사태로 국가적 전력난 위기에 빠진 중국이 동절기 전력 대응을 위해 원유 구매량 확대가 유력하다. 또한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놀란 각국이 발전 부문 수요를 대거 석유 수요로 전환할 가능성까지 커졌다.
셰일가스 등 내부 생산량으로 버틸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과 유로존 국가들은 연말 전력 부족에 따른 블랙아웃에 대비해 원유 패닉 바잉에 나설 수도 있다.
아울러 산유국들은 공격적 증산을 회피한 이유로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 등을 들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작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원유 시장에 몰고 올 추가 수요 증대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욕심이 깔려 있다. 산유국들은 현재의 유가 급등 사태에 자리 잡은 공급망 위기 요인도 수익성 확대에 한껏 이용하고 있다. 허리케인 '아이다' 여파로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 능력이 아직까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수익성 악화로 무너진 미국 셰일가스 업계가 채굴 능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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