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노인, 의료진 등 희생
집단학살·공개처형… 갈수록 잔학
미얀마 군부가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간호사 킨킨치웰(왼쪽)씨와 의사 진린씨.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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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아기, 10대 소년들, 70대 노인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던 의료진….'
지난 한 달간 미얀마 군부가 학살한 희생자들의 면면이다. 군부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거나 위협이 될 만한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9월에만 100명가량 숨졌다. 2월 쿠데타 발발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미얀마의 비극은 여전하다.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군부의 탄압은 오히려 내전을 빌미로 더 집요하고 잔학해지고 있다.
3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유아와 노인 등 최소 99명이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누적 사망자는 1,146명으로 늘었다. 특히 어린이들의 희생과 한 마을을 초토화하는 집단 학살이 두드러졌다.
최연소인 생후 18개월 영아를 포함해 9명의 어린이가 한 달 새 군부 총탄에 희생됐다. 18개월 영아는 20일 만달레이 일가족 학살 사건의 마지막 희생자다. 군인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한 집을 급습해 가족 4명을 사살했다.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아기는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27일 집에 떨어진 포탄 때문에 부상을 입은 9세 아이는 다음날 사망했다.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헌신한 간호사 킨킨치웰씨. 이라와디 캡처 |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집집마다 무차별 발포하는 만행도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해당 마을이 내전을 선포한 반(反)군부 세력의 거점이라는 게 군부가 내세운 공격 이유다. 9일 북부 마그웨 지역 한 마을에선 대부분 10대인 18명이 집단 학살됐다. 집 20여 채가 전소됐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25일 개인병원 의사 진린씨와 종합병원 간호사 킨 킨 치웰씨 등 4명이 숨졌다. 두 사람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면서 코로나19 의료 현장 최전선에서 헌신했다. 군부는 이들의 은신처 급습 이후 총격전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건을 목격한 주민들은 군부가 이들을 집 밖으로 끌고 나와 마구 때린 뒤 공개 처형했다고 반박했다. 진린씨 아내 역시 경찰에 붙잡혔다. 부부의 생후 7개월짜리 아기와 관련된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군부에 체포됐다가 갖은 고문을 받고 숨진 구금자도 12명이다.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된 지 몇 시간 만에 숨진 40대 남성도 있다. 정작 그의 집에서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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