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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고 전기차, 사고 이력·배터리 수명만 확인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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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커진 중고 전기차 시장…소비자가 알아야 할 3가지

①출시 2년 이내 전기차는 같은 지역 주민끼리만 거래 가능

②안 쓰는 브레이크, 부식 여부 점검해야

③실주행 거리 꼼꼼히 체크


한겨레

광주광역시 풍암동 자동차 매매단지. 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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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차 시장이 쑥쑥 커지며 중고차 거래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전기차 중고 거래 대수는 1년 전보다 50% 이상 급증하며 지난해 연간 거래 실적을 이미 갈아치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성격이 크게 다른 만큼 소비자가 중고차 거래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한겨레>가 자동차 정보 제공 기관인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의뢰해 정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 전기차는 모두 7355대로 지난해 1∼8월에 견줘 51% 늘었다. 국내 전기차 중고 거래 대수는 지난해 연간 거래량인 7720대를 넘어서 올해 1만 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기차 중고 거래 증가는 최근 전기차 신차 판매가 늘며 중고 매물이 많아지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신차 구매가 어려워진 소비자가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0대 중 1대에 못 미치지만 점진적인 성장을 예상하는 배경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시장이 큰 편은 아니지만 전기차 신차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중고차 매물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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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차 중고 매물의 가격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엔카닷컴에 따르면 대표 수입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2020년식의 중고 거래 시세는 현재 4283만원으로 신차 가격(5479만원)의 78% 정도에 형성돼 있다. 모델3 신차 구매 때 1천만원가량 보조금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고차 감가 상각률이 5%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통상 중고차 시장에선 연식이 1년 지난 차량의 중고 시세가 신차 가격의 70% 이상이면 우량 매물로 분류한다.

다만 차종별 시세는 크게 차이가 난다. 렌터카 시장 1위 업체인 롯데렌탈 쪽은 “대체로 중고 전기차의 잔존가치(렌트 기간 이후의 사용 가치)는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주로 배터리 완충 후 주행 가능 거리가 300㎞ 이상인 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라고 전했다. 주행 거리가 길수록 중고 가격도 높게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특성이 많이 다른 만큼 중고차 역시 이런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인기 전기차는 같은 지역 거주자끼리만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제약 조건이 따라붙는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사면 자동차 등록일로부터 반드시 2년간 의무적으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데, 이 기간 안에 다른 지역 거주자에게 전기차를 팔 경우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도로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산 소비자가 구매한 지 석 달이 되지 않아 경기도 주민에게 차량을 팔면 보조금의 70%를 환수한다. 연식이 짧은 전기차는 매도 조건이 깐깐한 만큼 중고 거래도 쉽지 않은 셈이다.

전기차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활성화된 독일에서 최근 뮌헨모터쇼(IAA)를 개최한 주최 쪽은 중고 전기차 거래 시 주의사항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차량 점검 때 검사할 항목이 훨씬 적다. 그러나 브레이크 부식 여부만큼은 꼭 살펴야 한다. 전기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모터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을 하며 속도를 줄이는 ‘회생 제동’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브레이크 사용 빈도가 낮은 만큼 외려 안 쓰는 브레이크 장비가 부식되기 쉽다는 것이다.

중고차 시승 땐 전기차 상품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행 거리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배터리 전력 소비가 운전 습관은 물론 기상 조건, 외부 온도, 난방, 에어컨, 전자 장비 사용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제조사의 인증 주행 거리만 믿어선 안 된다는 거다. 이 기관은 “내연기관 차량이 마모되는 것처럼 주행 거리가 20만㎞인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 때 눈에 띄는 성능 저하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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