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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베를린·파리·로마… 유럽 10곳 首都 시장 ‘우먼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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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도 최초 여성시장 탄생

영화 제작자·교사 등 출신 다양

주요국 수도는 여성수장 보편화

EU 전체 도시 시장 35%가 여성

여성의 활발한 정치참여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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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첫 여성 시장이 될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여성가족청소년부 장관이 26일 치른 지방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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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총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독일 통일 이후 처음으로 수도 베를린에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를 비롯해 여성이 시장을 맡는 수도가 10곳으로 늘어난다. 유럽에서 수도를 이끄는 여성 시장이 10명에 이른 건 전례가 없는 일로 이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해 대권 후보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AP통신에 따르면, 26일 치른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이 정당 투표에서 2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베를린 지방정부가 지금처럼 좌파 연정으로 구성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게 되면 사민당이 시장 후보로 내세운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여성가족청소년부 장관이 시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미 현지 언론은 1990년 통독 이후 첫 여성 시장이 탄생한다고 보도했다. 분단 시절인 1947년 서베를린에서 18개월가량 여성 시장이 재임한 것을 제외하면 베를린을 여성이 이끌게 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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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를 비롯해 여성이 시장을 맡는 수도가 10곳으로 늘어난다. 유럽에서 수도를 이끄는 여성 시장이 10명에 이른 건 전례가 없는 일로 이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해 대권 후보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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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수도의 시장을 여성이 맡는 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다. 기파이가 베를린 시장으로 취임하면 EU(유럽 연합)에서 인구 및 경제 규모로 1~3위 국가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수도를 모두 여성이 이끌게 된다. 한 번도 없던 일이다. EU 3대국 수도를 포함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웨이 오슬로, 아일랜드 더블린, 불가리아 소피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룩셈부르크까지 여성이 이끄는 수도가 10곳이 된다. 룩셈부르크는 도시국가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와 시정(市政)을 맡는 시장이 구분돼 있다. 수도가 아니더라도 유럽에서는 여성 시장이 흔하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쾰른(독일), 릴(프랑스), 토리노(이탈리아), 말뫼(스웨덴) 등 유서 깊은 거점 도시에서 여성이 도시를 대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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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달고 파리 시장./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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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여성 시장이 흔한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EU 산하의 유럽양성평등연구소(EIGE)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EU에서 여성이 시장인 도시가 전체의 34.4%에 이른다. 10년 전인 2011년에는 이 비율이 30.5%였다. 예전부터 여성이 시정을 이끄는 사례가 많았고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라는 의미다. 여성 시장 비율은 스웨덴(43.4%), 프랑스(42.4%), 스페인(40.8%)에서는 40%를 넘는다.

또 유럽에서는 정치적으로 진보적 성향이거나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여성 시장을 반기는 경향이 있다. 유럽 국가 수도를 이끄는 여성 시장 10명 중 7명이 좌파다. 지난해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는 10대 도시 중 5곳에서 여성이 시장에 당선됐는데,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을 비롯해 5명 모두가 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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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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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장 가운데는 젊은 나이로도 관심을 모으는 이가 여럿이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과 안나 쾨니그 예를뮈르 스톡홀름 시장은 올해 43세 동갑내기다. 라지는 38세, 예를뮈르는 40세에 시장이 됐다. 올해 4월 당선된 베냐미나 카리치 사라예보 시장은 30세로 유럽의 여성 수도 시장 중 가장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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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세인 베냐미나 카리치 사라예보 시장./페이스북


독특한 경력을 가진 여성 시장들도 있다. 암스테르담을 이끄는 펨케 할세마 시장은 꽤 이름난 영화 제작자였다. 소피아의 요르단카 판다코바 시장은 러시아어 교사였다. 이달고 파리 시장은 스페인에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면서 2014년 최초의 여성 파리 시장으로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이달고는 내년 대선에 사회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여성 시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하지만 위험한 직업으로도 꼽힌다. 2019년 미국에서는 여성 시장이 남성 시장보다 신체적인 위협을 당할 확률이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여성 시장은 성차별적인 모욕과 물리적인 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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