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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NOW] 文이 칭찬했던 동탄 공공임대… 1년 넘게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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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조건 낮췄지만 49가구 아직 공실

기차역 멀고 대부분 원룸… 신혼부부들도 외면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부장관과 함께 방문해 “신혼부부에게 인기 많겠다”고 호평한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의 공공 임대주택(행복주택)이 아직 입주자를 못 구해 빈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방문 이후 입주자를 찾기 위해 계약 안내를 세 차례나 하고 소득 요건까지 완화했지만, 9개월째 공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행복주택 1640가구 중 49가구가 현재 공실이다. 문 대통령이 둘러본 2가구(전용면적 41·44㎡)도 아직 비어 있다. 당시 대통령이 둘러볼 두 집의 인테리어를 꾸미는 데 4000만원 넘는 돈을 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쯤 찾아간 단지는 작년 8월 입주한 신축 아파트답게 깔끔했고, 피트니스센터·어린이집 등 주민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단지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새 아파트라서 좋긴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하기와 주변 상가 미비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30평대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넘는 동탄신도시에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신축 공공 임대 아파트가 외면받는 것은 임대주택 공급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 수요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숫자 늘리기에만 치중해 신혼부부도 외면하는 10평대 임대주택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거의 없는 동탄에서 대단지 신축 임대 아파트가 입주 1년 지나도록 수십 가구가 공실로 남은 주요 이유로 좁은 면적이 꼽힌다. 동탄 행복주택에서 가장 넓은 주택형이 방 2개짜리 전용면적 44㎡(17평형)다. 보증금 최대 7240만원, 월 27만원에 최장 10년간 살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3인 가구가 살기에도 비좁다. 나머지는 대부분 원룸형이다. 인근 한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동탄 내 민간 아파트는 가장 좁은 평형도 방 3개와 화장실 2개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며 “신혼부부도 자녀를 기를 생각이면, 방 2개에 화장실 하나짜리 집은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남은 공실은 예비 입주자를 상대로 계약 안내를 진행 중이어서 이른 시일 안에 입주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임대주택이 주택 수요자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행복주택 중 전용 50㎡ 이상은 공실이 단 한 가구도 없지만, 전용 10~20㎡는 12.5%가 비어 있다. 하지만 행복주택을 포함한 전체 공공 임대주택 중 전용 60㎡가 넘는 집은 11.6%에 불과하다. 2011년 만든 4인 가족의 최저 주거 기준(전용 43㎡)이 10년째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문 대통령과 함께 동탄 행복주택을 방문한 변창흠 당시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최저 주거 기준을 높여 넓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후속 논의가 없는 상태다.

동탄신도시 내에서 행복주택 단지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측면도 있다. 동탄은 SRT(수서고속철)가 지나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도 개통 예정이지만, 정작 신도시 최북단인 LH 행복주택에선 걸어서 철도역을 이용하기 어렵다. 동탄신도시를 관통하는 도시철도(트램)는 빨라야 2027년 개통할 예정이고, 마을버스는 운행 대수가 적고 배차 간격도 불규칙하다. 동탄역 주변에는 대형 백화점이 들어설 정도로 번화하지만 행복주택 단지 근처는 아직 상권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

[화성=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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