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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속 나무·잎…치유를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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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진희 `숲의 선물`


유리 안에 진짜 나무와 잎이 있다. 그 속에서 숲 향기가 퍼져 나올 것만 같다. 최진희 작가의 유리 작품 '숲의 선물'은 생명을 품고 있다. 그는 "겨울에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뭇가지가 봄에 새싹을 틔운다"며 "숲의 신선한 공기와 바람, 흙냄새를 담은 작품으로 치유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불의 예술'인 유리 작품 18점으로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 주제인 'This is my story, This is my song(나의 이야기, 나의 노래)'은 그가 어릴 때부터 자주 부르던 찬송가 후렴구다.

그는 "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마치 광야에 있는 느낌이었지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게 됐고 그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광야에 있는 나약한 인간을 표현하는 작품 재료로 깨지기 쉬운 유리가 제격이었다. 유리 가루로 만든 에나멜 물감으로 유리판에 그림을 그려 여러 장을 겹쳐 750~800도 가마에서 완성한다. 유리 그림이 여러 장 겹쳐지며 깊이가 생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빛을 통과시킨다. 유리를 식힐 때 적게는 20시간, 길게는 며칠씩 걸린다.

작가는 "유리를 천천히 식혀야 하는 서랭(Annealing) 과정이 잘못되면 가마에서 깨져서 나오거나, 작은 흠집이 생겨 금이 가면서 결국 깨어지는 것을 보면 유리처럼 연약한 인간의 한계와 유한성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된 '광야에 서다' 연작에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담았다. 고개를 숙이고 주저앉아 있거나 힘겹게 서 있는 인체를 형상화했다.

"광야는 고통스럽지만 홀로서기를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빛을 바라보게 되죠. 지금 광야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고 싶어요. 저는 깨지기 쉽고 연약한 유리와 같은 존재일 뿐이지만 작품을 통해 삶의 감사와 따뜻함, 밝음, 진리의 빛이 보이는 맑은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2014년 새벽이슬을 캔버스에 그리는 데 한계를 느껴 유리 공방을 찾았다가 작업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1200~1300도 유리에 숨을 불어넣어 이슬 형태로 만든 작품 '생기'와 '생기를 불어넣다'가 전시장에 걸려 있다. "유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요. 유리가 빛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빛을 통과시키는 통로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죠. 빛을 통해 대상은 더욱 분명한 존재감을 갖게 돼요. 이슬에 맺힌 물방울을 나타내기 위해 유리를 사용했는데 , 이제는 인간과 사물을 통과시키고 비추는 의미를 갖게 됐어요."

전시장에선 빛을 향해 뻗은 마른 나무들을 그린 유리 4겹을 겹치고 진짜 나뭇가지를 붙인 작품 '빛바라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담은 유리 작품 '바람에 눕다'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가는 "꼿꼿하게 살아서 부러지는 것보다는 자연에 몸을 맡기고 사는 인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자연을 주로 작품에 담아왔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의 일상 모습을 더 새기고 싶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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