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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野 곽상도 희생타로 “특검 가자”, 與 “이재명 상처줄라 특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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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전방위로 튀면서 여야의 누가 그 불똥을 맞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애초엔 이재명 경기지사와 그 측근에게로 화살이 향했지만, 최근엔 권순일 전 대법관에 이어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검 등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수세였던 이 지사와 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대 특혜성 퇴직금·성과급이 드러나자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대대적 역공에 나섰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의 딸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까지 나오자 “대장동과 화천대유 전체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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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감에 빠졌던 국민의힘은 27일 “이재명이든 곽상도든 박영수든 권순일이든 모두 수사하자”며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곽상도를 희생타로 삼아 특검 도입 불가피론을 띄우려는 것이다. 곽상도 의원에 대한 비판으로 기세를 올리던 이 지사와 민주당은 특검에 대해선 주춤거리고 있다. 덜컥 특검을 받았다가 앞으로 3~4개월 간 ‘대장동 지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 지사에게 예기치 못한 타격이 갈 경우 대선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특검을 반대하면서 검찰과 경찰 수사에 맡기자고 한발 빼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서 화천대유가 받은 특혜성 조치와 요지경 돈잔치는 모든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아내와 누나는 각각 872만원을 투자하고 101억원을 벌었다. 김씨와 함께 사업을 주도한 남모 변호사는 8000여만원을 출자한 뒤 1007억원을 배당받았다. 1000만원을 투자해 121억원을 받은 김씨 지인도 있다. 이들이 번 돈은 투자금의 1153배다. 화천대유는 5000만원 출자에 대한 577억원의 배당금과는 별도로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4000억원 이상을 챙겼다고 한다. 직접 분양 사업을 할 수 있는 계약을 기초로 싸게 땅을 사서 비싸게 분양한 것이다. 이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 사업으로 총 8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그런데 그 돈을 번 뒤 이들이 벌인 돈잔치는 국민들을 어이없이 만들었다. 화천대유에 다닌 곽상도 의원 아들은 대리급으로 6년 일하고 성과급과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곽 의원을 보고 준 돈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박영수 전 특검은 딸까지 화천대유에 다녔다. 그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6억~7억원에 분양받아 9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봤다. 그리고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완벽한 ‘아빠 찬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화천대유의 고문과 자문변호사를 했다. 권 전 대법관은 억대 고문료를 받았다. 그 외에 어떤 돈 거래가 더 있는지 알 수 없다. 김만배씨 등은 작년 수천만원씩을 은행에서 인출하는 등 현금 수십억원을 빼냈다고 한다. 과연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애초 이 사업을 설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도 불길이 번지고 있다. 유씨는 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민간에 과도하게 이득이 돌아가지 않게 조정해야 한다는 실무진의 건의를 묵살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씨가 실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화천대유에 왜 이런 특혜성 사업을 추진했는지는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핵심 투자자인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와 어떤 관계였는지도 밝혀야 한다. 김씨와 유씨 간에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씨는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여겨졌다. 다만 이 지사는 유씨가 대선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 대장동과 화천대유 파문이 어디로 퍼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그냥 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그만큼 대선판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밝히려면 수사가 불가피하다. 많은 국민들이 이걸 밝히길 원한다. 그게 야당 인사이든 여당 인사이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추석 때까지는 그 화살이 여권을 향했지만 지금은 야권을 향하고 있다. 다음엔 누구를 향할 지 모른다. 그래도 밝히라는 게 국민 목소리다.

야당은 그걸 토대로 무조건 특검으로 가자고 한다. 곽상도든 박영수든 누구든 다 밝히자고 한다. 하지만 여당은 다르다. 그 한 가운데 이재명 지사가 있다. 이 지사가 관련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 지사가 상처를 입는다면 큰 문제다. 그래서 특검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특검이 아닌 검찰이나 경찰이 이 사건을 밝힐 수 있을까. 안 그래도 경찰과 검찰은 수사에 미온적이다. 국민들은 그걸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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