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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화천대유와 토건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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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공한 개발사업’이라며 본인의 대표적 치적으로 꼽았던 판교대장지구사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비상식적으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 수익이 흘러간 곳에 정치·법조인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겠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이 사업이 이 지사의 치적으로 남기는 어렵게 됐다.

경향신문

송진식 경제부차장


사업을 맡은 컨소시엄에 속한 ‘화천대유’라는 업체로 현재 널리 알려져 있지만 본래 이 사업의 공식 명칭은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이다.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 도시개발법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법정사업이기도 하다. 통상 도시개발사업이라 하면 정부나 지자체, L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지만 민간 역시 시행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광범위한 지역을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라 많은 비용이 든다. 문제의 판교대장지구가 처음부터 민간개발을 추진한 건 아니다. LH가 2009년쯤 사업을 추진하다가 당시 토공과 주공의 통합 문제, 부채 문제 등으로 좌초됐다. 민간개발로 방향을 튼 사업은 사업비 조달 문제, 보상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하다가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된 뒤 민관공영개발로 다시 가닥을 잡으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대장지구 개발 관련 각종 비리 등을 저질러 처벌받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LH가 사업을 포기한 배경도 석연찮다는 뒷말이 아직도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사업에 ‘토건세력’이 개입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토건세력이란 부동산 개발이익을 나눠 갖기 위해 똘똘 뭉친 이익집단이다. 딱히 ‘누가’ 토건세력이 된다는 공식은 없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정보가 많고, 권력이 있거나, 권력에 접근하기 쉬운 자들이다. 예를 들면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이 있겠다. 화천대유와 그 주변엔 이들 모두가 등장한다. 언론이 토건세력의 한 축임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언론사 상당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동산 기사와 정보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 말이 ‘투자정보’이지 사실상 ‘투기정보’를 버젓이 기사로 포장해 ‘클릭질’을 유도하는 언론사들도 부지기수다.

판교대장지구가 ‘공영의 탈을 쓴 민영개발’의 문제라면 이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2·4대책 등을 통해 내놓은 도심복합공공개발 등 공공주도개발이 대표적인 개선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공주도개발마저 집요하게 공격하고 헐뜯는 언론들이 있다. 화천대유로 토건세력이 재소환된 이 마당에 부동산 문제에 있어 언론의 역할과 소명이 무엇인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한다.

대개 개발사업의 이익은 토지에서 발생한다. 도시개발사업에 수반되는 막강한 ‘토지수용권’을 앞세워 땅을 싸게 사들인 뒤 폭리를 취해 되파는 경우다. 원래는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주거가 불안정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 응당 돌아갔어야 할 몫이다. 화천대유 논란이 단지 비리 여부와 그 대상자들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공개념 논의 확대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송진식 경제부차장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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