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빌미 급여 삭감 등 요구
재가입 불가에도 중도해지 23%나
“정부 근로감독 부실 괴롭힘 방치”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던 게 너무 후회가 됩니다.”
직장인 A씨는 회사 대표에게 개인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성희롱도 빈번하게 당했지만 내일채움공제를 받기 위해 퇴사 전까지 신고도 할 수 없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직장인 B씨도 “입사 당시 연봉 2800만원으로 계약했다”면서 “정작 회사는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계약서에는 연봉을 3000만원으로 기재하고 실제 월급에서는 매달 30만원씩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6일 이 같은 사례를 공개하며 내일채움공제 사업이 근로감독 미비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우수인력 유입, 핵심 인력 장기재직 등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공제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적립금을 지급해 만기 시 불입 금액의 3∼4배 이상을 만기공제금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올해 5∼9월 내일채움공제와 관련된 갑질 제보 사례를 수집·분석해 최근 ‘내일채움공제 갑질 보고서’를 제작했다. 이 단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인원은 47만9336명인데 중도해지를 한 청년이 11만2090명(23.4%)에 달했다.
중도해지 사유의 72.1%는 ‘자발적 이직’으로, 이는 내일채움공제 재가입이 불가능한 사유에 해당한다. 직장갑질119는 이들은 대부분 목돈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힘든 노동이나 갑질에 시달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일부 사업장에서는 내일채움공제에 따라 적립되는 정부지원금을 빌미로 급여 삭감을 강요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더러 확인됐다.
직장갑질119는 내일채움공제의 악용을 막기 위해 익명신고센터를 설치 등을 제안했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임혜인 노무사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악용 사례를 근절해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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