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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 보유자 명부 활용해 시세조작했다" 이지코인 시세조작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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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이지게임(EG코인)의 시세 조작 행위에 가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가 매일경제에 공개한 EG코인 투자자 명단 일부. A씨는 이를 활용해 거래 가격을 조작하는 소위 `픽방`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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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얼만큼 특정 가상화폐를 보유한지 적시된 문서를 갖고 일부 투자자들과 코인발행처가 시세조작을 해왔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시세조작이 조직적으로, 그것도 투자자 명부와 각각의 보유자산을 파악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어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문제가 불거진 가상화폐 거래소는 투자자 명부가 만들어진 과정에 연루된 바가 없고, 명부의 진위를 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또 고발자에게 명단을 제공했다고 지목 받은 가상화폐 발행처 역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투자금을 해킹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25일 가상화폐 이지게임(EG코인) 투자자 명단을 활용해 지난해 11월 해당 가상화폐의 시세 조작 행위에 가담했다고 자신에 대해 소개한 A씨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이지게임 재단(코인 발행처) 관계자로부터 포블게이트 거래소 내 이지게임 투자자 명단을 받았다"며 "이를 활용해 거래 가격을 조작하는 소위 '픽방'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지게임을 보유한 회원 계정과 해당 회원의 구매·입금·판매·출금·보유잔량·총구매금액·총판매금액·수익·평단가 정보를 정리한 '홀더표'를 바탕으로 시세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누가 얼만큼 코인을 가졌는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보유자들끼리 모여 정보를 주고 받으며 시세를 조작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을 통해 매수·매도 시점과 가격을 알려줬다"며 "홀더표는 픽방 참여자 모집은 물론 참여자의 지시 이행 여부 확인, 거래소 내 코인 유동량 확인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픽방을 이용하면 투기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시세 조작에 참여할 수 있다"며 시세 조작 과정에서의 홀더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씨는 이지게임을 발행한 재단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홀더표를 받았으며 거래소인 포블게이트와의 유착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포블게이트 측은 홀더표 작성 과정에 거래소가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고 연루된 정황 또한 사내 데이터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포블게이트 관계자는 "자료(홀더표)가 당사의 거래내역 양식과 상이하다"며 "당사의 거래내역에 접근 권한이 있는 부서 직원 전원의 로그를 확인한 결과 EG 재단의 거래내역을 다운받은 기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관리자 20여 명이 24시간 거래내역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코인 발행처와 공모해 시세조작을 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포블게이트 측은 홀더표에 적힌 계정 일부가 거래소 회원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데이터가 투기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홀더표에 적시된 계정 약 2500개의 이메일에 연락해본 결과 현재까지 80여 명의 투자자가 연락을 해와 이지게임에 대한 개인투자자가 맞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 일부는 이지게임 외에도 다른 가상화폐의 투기 정황이 이뤄졌다고 추가로 제보했다.

포블게이트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국내 거래소 63개 중 6위로 평가받는 곳이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ISMS 인증은 주요 정보자산 보호를 위한 기업의 정보 보호 관리체계가 인증기준에 적합한지를 심사, 인증하는 제도다.이지게임은 지난해 8월 포블게이트에 상장됐지만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시세조작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 4월30일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후 5월7일 거래지원 종료 처분을 받았다.

한편, A씨에게 홀더표를 제공했다고 지목 받은 이지게임 핵심 관계자 B씨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해킹 피해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해 11월 코인을 관리하던 용역집단이 이지게임 투자로 재단에 확보된 현금 약 14억원을 해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어떤 재단이건 유동성에 대한 방어를 한다. 누가 팔면 사줘야지 나몰라라 할 수 없어 외주 관리를 맡겼는데, 그들 소행으로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업, 이해 상충 규제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현재 가상자산 거래업체는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미리 예탁받은 상태에서 매매를 중개하며 자기 매매, 체결, 청산, 결제, 예탁, 상장 등의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며 "이는 증권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은행 등의 역할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과 같아서 코인 거래는 상호 감시 기능이 없으므로 거래업체와 고객의 이해 상충이 생길 수 있고, 내부 정보를 통한 거래나 자기 자본 거래 문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한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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