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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펼쳐온 의사, 폭우 속 교통사고 부상자 돕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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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사고 목격하고 구조 나서 빗길 미끄러진 다른 車에 치여 숨져

20년간 무료진료… 장학금 지원도

“안타까운 희생” 각계 조문 이어져

동아일보

평소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해주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온 의사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부상자를 도우려다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

24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22일 오전 11시 53분경 진주시 정촌면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면 진주나들목 인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당시 부친의 묘소를 찾은 뒤 귀가하다 이 사고를 목격한 이영곤 씨(61·사진)는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인근 갓길에 차를 세웠다.

이 씨는 사고 차량 탑승자가 가벼운 상처만 입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자신의 차량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씨가 차에 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1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4개 차선을 가로질러 갓길에 있던 이 씨를 덮쳤다. 당시 진주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심한 출혈과 함께 의식을 잃은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이 씨는 진주의료원에서 5년간 근무하다 20년 전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내과를 개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창시절 장학금을 받아 겨우 학업을 마쳤던 그는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줬고,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교도소 재소자 진료도 자청해 20년째 매주 3, 4회 진주교도소를 찾아 왕진했다.

경상국립대병원에 차려진 이 씨의 빈소에는 무료 진료 혜택을 받은 환자를 비롯해 각계에서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이 씨는 24일 사천시 정동면에 있는 선영에 안장됐다.

하봉구 진주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이 씨가 의료인의 역할을 다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 평소 배려와 봉사로 지역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온 그의 희생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주=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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