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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의 시각] 어린이도 백신 맞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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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섯 살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원아 1명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곧바로 달려갔다. 유치원 앞은 이미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다들 어쩔 줄 몰라했다. 이후 확진 아동은 더 늘어 5명이 됐다. 아이를 데리고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보건소를 찾았다. 유치원 원아와 학부모들이 선 줄이 지하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콧속을 깊숙이 찌르는 검사 탓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가득 찼다. 검사 도중 머리를 움직이면 코피가 날 수 있다고 해 양손으로 아이 머리를 잡아야 했다. 아들에게 “잘 참았어”라고 칭찬해줬지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백신 1차 접종을 끝낸 성인이 37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은 아직 접종 대상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정부는 최근 “10월 이후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2세 미만은 언제 맞을지 모른다. 백신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완전 종식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란 용어도 익숙해졌다. 화이자사(社)는 5~11세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한 결과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20일 발표했다. 미국에선 조만간 아동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도 내년엔 아동 접종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선뜻 백신을 맞힐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으로선 자신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백신 효과와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아이들도 독감 예방 주사나 BCG(결핵 예방) 주사를 맞는 것처럼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는 게 옳은 일이다. 근대 이후 각종 전염병 예방 백신 덕분에 인류는 영·유아 사망률을 극히 낮출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성인이 코로나 백신 접종 때문에 사망했다고 신고돼 정부가 심의에 나선 사례는 678건이다. 접종자 규모를 감안하면 큰 숫자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나에게 일어난다면 극히 낮은 확률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 태도가 작은 불신을 크게 키우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중 인과성을 최종 인정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중증 사고 908건 중에도 인과성 인정은 5건뿐이었다. 정부는 매번 기저 질환 즉 원래 앓고 있던 병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설명에 납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향후 청소년·어린이 백신 접종률도 높이려면 정부가 안전성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을 마련해야 한다. 아주 드물더라도 만약 부작용이 발생하면 폭넓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심어줘야 한다.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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