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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조깅하며 쓰레기 줍고, 자석 낚시 하고... ‘착한 취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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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조선일보

플로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달리기 전문지도자 임소영씨가 플로깅을 하는 모습. 산림청은 지난 13~19일 우리숲을 살리는 '새산새숲 평화의 숲살리깅(플로깅)'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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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주부 박모씨는 지난 19일 남편과 딸(8)을 데리고 중랑천으로 나섰다. 세 사람의 손에는 비닐봉지와 젓가락이 들렸다. 이들은 중랑천에서 한강 방향으로 천천히 뛰거나 걸으면서 천변에 있는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세 사람의 비닐봉지가 종이컵, 휴지, 전단, 페트병 등으로 가득 찼다. 이들이 한 것은 ‘플로깅(plogging·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플로깅은 스웨덴어 ‘(이삭을) 줍다(plocka upp)’와 영어 ‘달리기(jogging)’의 합성어다. 이동하면서 뛰거나 걷고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난다는 점에서 운동 효과가 있는 동시에 환경 보호 효과도 있다. 박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플로깅이란 말을 알게 됐다”며 “내 몸에도, 지구에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플로깅을) 하러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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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플로깅' 해시태그(#)를 단 사진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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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같은 착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를 보면 ‘플로깅’ 검색어는 올해 초부터 급증했다. 최근 산림청 등 공공기관, 지자체, 기업 등은 플로깅을 자원봉사활동 캠페인으로 권장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대선주자들도 플로깅을 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에 ‘plogging’이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20만건이 넘고, ‘플로깅’ 해시태그는 5만건이 넘는다. MZ세대들은 소셜미디어에 플로깅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인증샷’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플로깅을 릴레이로 권하는 ‘플로깅 챌린지’를 놀이처럼 즐긴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쓰레기로 가득찬 20L짜리 종량제 봉투와 담배꽁초가 수북이 담긴 큰 페트병 사진과 함께 “플로깅 90회. 빗물받이에 가득 찬 담배 꽁초들을 싹 다 없앴을 때의 쾌감은 좀 중독성이 있다”고 적었다. 플로깅은 ‘줍깅(줍기+조깅)’ ‘쓰줍(쓰레기 줍기)’ 등의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바닷가에서 하는 플로깅은 ‘비치코밍(beachcombing·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를 줍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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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플로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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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챌린지’도 착한 취미다. 쓰레기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하자는 것으로,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재사용하고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식이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직장인 최모(41)씨는 2019년부터 제로웨이스트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사는 대신 수돗물을 끓여 마시고, 가방 속엔 텀블러와 손수건을 넣어다니며, 음식을 배달시키는 대신 다회용기를 가게에 들고 가 음식을 받아오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체 샴푸 대신 고체 샴푸바를 사용한다. 쓰레기가 나올 것 같은 물건은 아예 사질 않는다는 최씨는 “환경을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며 “하다보면 재미도 쏠쏠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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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레이 웨버와 그의 동료가 강에서 낡은 오토바이를 자석 낚시로 낚아 끌어내고 있는 모습.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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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선 ‘자석 낚시(Magnet Fishing)’가 각광받고 있다. 자석 낚시는 강력한 네오디뮴 자석을 로프에 연결한 낚시대를 이용해 강에 있는 고철들을 낚는 것이다. 이 고철 중엔 쓰레기도 있지만 골동품 등 값나가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자석 낚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환경보호인 동시에 보물찾기”라고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자석 낚시꾼들은 쇼핑 카트, 자전거, 도로 표지판 등을 주로 낚고, 포탄이나 총과 같은 위험한 물건이 낚일 때도 있다고 한다. 호주 출신의 유명 유튜버 레이 웨버(40)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등에서 자석 낚시를 하는 영상을 올리는데, 그가 낚는 고철에는 쇼핑카트나 오토바이 등도 있었고 오래된 돈과 보석이 든 금고, 500년 된 단검 등도 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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