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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특혜 복마전… 땅 매입 市가 돕고, 분양가 맘대로, 배당은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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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민관이 함께 하는 공영개발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각종 특혜를 모두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으로는 성남시가 개발 이익을 환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천대유가 뒤에서 단물을 빨아먹었다는 것이다. 화천대유가 개발 사업 실패 위험은 거의 없이 각종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사업 설계가 됐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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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와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이 출자한 돈은 총 3억5000만원이다. 대장동 개발을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의 전체 지분 중 7%에 불과하다. 최대주주는 50%+1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로 183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런데 지분이 7%뿐인 화천대유 등은 총 4040억원을 배당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일정한 이익만 우선 배당받고, 추가적으로 나는 수익은 모두 화천대유 측에 가도록 설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장동은 판교 밸리와 맞닿아 있는 등 입지가 좋아 상당한 사업 수익이 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성남시는 이 수익 중 일부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화천대유에 넘긴 셈이다. 화천대유에 암묵적으로 특혜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5500억원을 공공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사업이라고 했다. 5500억원은 배당금 1830억원 외에 현물로 받은 3700억원 가량을 합친 액수다. 여기서 현물은 대장동에 조성된 공원과 도로, 터널, 각종 시설을 말한다. 그런데 공원과 도로 등은 민간 개발을 해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굳이 공영 개발을 통해 별도로 환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터널은 대장동과 다른 지역의 접근성을 높여서 오히려 대장동 택지 분양을 용이하게 해준 측면이 있다. 단순히 공공 환수만 한 게 아니라 대장동의 가치를 높여서 화천대유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였다는 얘기다. 터널과 공원 조성으로 화천대유도 이득을 본 것이다.

이 지사 측은 “민간 사업자가 개발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반대급부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공영개발이었기 때문에 개발 실패 위험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택지 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위험은 토지를 제 때 제대로 매입하거나 수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택지를 매입하더라도 제 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대장동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영개발처럼 강제 토지 수용이 가능하다. 일반 토지소유자가 버텨도 강제로 매입할 수 있다. 토지 매입 실패의 위험이 거의 없는 것이다. 또 성남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므로 인허가도 문제없이 순탄하게 이뤄졌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절차 때문에 통상 민간 개발 사업은 10년 가량 걸린다. 그런데 대장동 사업은 아파트 분양까지 3년 4개월만에 끝났다. 성남시가 토지 수용을 돕고 인허가까지 다 해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나서 출자액 대비 1153배라는 엄청난 배당금을 챙겼다. 화천대유는 또 15개 사업구역 중에서 5개 구역의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싸게 불하받았다. 경쟁입찰이 아니라 주변 시세보다 땅값이 쌌다고 한다. 계약 상 화천대유가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화천대유는 이렇게 싸게 산 토지를 비싸게 분양해 2300억원대의 분양 수익을 별로도 챙겼다. 배당금까지 합치면 총 6300억원이다.

화천대유가 이렇게 엄청난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공영개발로만 택지를 분양할 때는 분양가 상한제에 걸려 맘대로 분양가를 올릴 수 없다. 하지만 대장동은 화천대유 등이 끼인 반관반민 개발이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의 예외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주변 시세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었다. 화천대유에 유리한 조건이 모두 갖춰진 셈이다. 개발 실패 위험은 거의 없는데 개발 수익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사업, 이른바 ‘로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업 설계를 누가 해주었을까. 현재로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씨가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다. 유씨는 당시 실무진이 “민간 기업에 너무 많은 수익이 가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이를 묵살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과 갈등이 커지자 실무 부서까지 바꿔버렸다고 한다. 유씨와 화천대유가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유씨는 현재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있다.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밝혀질 부분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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