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까지 진행…부실 징후 포착에도 펀드 판매 계속
이종필, 검찰에 고발…우리銀 "형량 감소 노린 고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검찰이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판매사들을 수사 중인 가운데 우리은행이 불완전 판매 혐의로 기소된 KB증권 측으로부터 펀드 위험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넘겨받고 직접 실사까지 한 정황이 포착됐다.
2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KB증권은 우리은행 측의 요청을 받고 라임 펀드 판매가 한창이던 2019년 2월 26일 우리은행 자산운용본부 직원들을 만나 펀드 건전성 검사에 해당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전달했다.
현재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모 전 KB증권 델타솔루션부 팀장은 이 자리에서 라임 플루토 펀드의 손실률이 30%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팀장은 한 달 후에도 다시 우리은행을 방문해 라임 펀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KB증권은 라임 사태가 본격화하자 대응책 마련 보고서에서 우리은행 측에 테스트 결과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내용을 정리하며 "우리은행이 플루토 부실자산 편입을 사전에 인지한 후 추가 판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이 작성한 보고서 |
실제로 우리은행은 KB증권 측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받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라임 펀드 편입 업체들에 대한 실사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측 실무자는 김 전 팀장과 실사 결과 내용을 공유하면서 "자료에 적힌 곳에 가보니 회사 사무실이 없다", "라임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이상한 자료만 주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 라임 펀드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4월에 작성된 또 다른 보고서를 보면 "(해당 문제를) 우리은행 리스크 담당 직원이 '임원에게 보고하겠다'고 안내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문제를 제기한 리스크 담당 직원의 우려를 무시하고 라임 측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 상품 라인에 대해 우리은행이 내부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라임 관련 보안 보고서 |
이처럼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우리은행은 계속해서 일반 고객들에게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받고 실사를 직접 마친 3월 말 이후에도 예약자에 대한 펀드 설정은 4월 23일까지 계속됐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우리은행은 KB증권 측으로부터 부정적인 테스트 결과를 들었음에도 라임에 펀드를 계속 출시하도록 하고 판매했다"며 "KB증권도 같은 이유로 기소된 만큼 우리은행도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고발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자사가 라임 펀드 판매사이자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KB증권과는 달리 단순 판매사에 불과해 사안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은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위법하게 운용해 투자 손실을 초래한 당사자이고,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본인의 형량 감경을 위해 허위 고소·고발하는 행위에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KB증권 역시 "스트레스 테스트란 경기침체나 외환위기 등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예외적인 경제상황을 가정하여 금융기관의 잠재적 취약성을 판단하는 기법"이라며 "테스트 목적 역시 TRS 거래 비중 증가에 따른 편중위험 관리와 적정한 담보비율 파악 등을 위한 것이었을 뿐, '펀드 부실 가능성의 인지'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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