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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극단 선택’ 아버지 괴롭힌 당사자 지목된 팀장 “진실 밝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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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KT 지부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유서에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 글.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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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동부산지부에서 근무하던 50대 A씨가 유서에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지자,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된 팀장이 “노동청에 정식으로 의뢰됐다”며 “진실은 어떤 식으로든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KT 동부산지부 팀장 정모씨는 23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국민청원에 올라온 딸 결혼 2주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의 팀장”이라며 “고인이 우리 팀원이라 저도 무척 힘들지만, 유족들의 아픔 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하고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에도 침묵하고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알려졌다. 고인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버지는 30여 년 넘게 국내 3대 통신사 중 한 곳에서 몸담아왔다”며 “직장내 괴롭힘과 압박을 견디다 못해 2021년 9월15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청원인은 “유서 내용에 특정 인물만 지목하고 있었다”며 “지난 6월 쯤 나이 어린 팀장이 새로 부임했는데, (팀장은) 아버지에게 인격모독성 발언을 하고 아주 오래전 일을 들춰 직원들에게 뒷담화를 해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저는 고인보다 나이가 많으며 여성직책자다. 직장생활 32년차로 팀장을 10년째 맡고 있다”며 “국민청원에 올라온 나이 어린 젊은 팀장이 아니다”라고 국민청원 내용을 바로 잡았다. 그는 “지난 7월1일자 발령으로 고인과 근무하게 됐으며, 고인과 함께 근무한 날이 휴일, 휴가 제외하고 34일이었다. 우리팀은 팀원이 저를 포함 5명이고, 코로나로 팀전체 회식은 34일 동안 점심식사 1회가 전부였다”며 “고인을 제외하고 팀회식을 한 적도 없다. 또한 욕설을 해본 적도 없고, 그 분이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의 뒷담화를 한 사실도 전혀 없다.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저도 정말 궁금하다”고 관련 의혹들을 부인했다.

이어 “(고인은) 항상 말이 없으시고, 간식을 같이 먹자고 해도 안 드셨고, 점심을 하자고 해도 선약이 있다고 했었다”며 “업무에 관한 부분을 질문하면 단답형으로 대답하셔서 업무 얘기도 원할하게 못한 편이었다. 영업직이라 아침에 잠깐 얼굴을 뵙고는 거의 외근을 했고, 퇴근 무렵 복귀해서 결산을 작성해서 통보하는 일상이셨다”고 했다.

정씨는 A씨의 빈소에서 A씨의 고충을 처음 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조문하러 가서 고인에게 절을 하고 유족에게 인사하려는 순간 배우자에게 욕설과 일방적 폭행을 당했고, 직후에 유가족들이 모여서 저에게 사과하라고 윽박 질렀다”고 했다. 이어 “왜 갑자기 맞아야 되는지 알지도 못했다”며 “고인이 저 때문에 힘들었다는 얘기를 그날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어 “고인과 제대로 얘기라도 해봤다면 어떤 부분 때문에 힘들었는지 물어라도 보겠지만, 예전 일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뒷담화를 했다’ ‘욕을 했다’는 일방적인 내용을 국민청원에 올리면 모두 기사화 되는 거냐”며 “사실 확인까지는 어렵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 확인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당일, A씨가 출근을 하지 않자 팀장이 집으로 찾아와 전화로 화를 냈다는 청원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코로나로 재택근무 등 팀원의 개별 근무 상황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전화를 했으나 가족들도 고인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며 “아드님과 당일 여러 차례 통화했으나 화를 낸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 15일은 A씨가 3주 간의 안식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첫날이었다고 한다.

청원글에 공개된 유서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못살게 군 내용이 없으며, 그런 사실이 없다” “휴가, 리프레시 휴직, 병가 등 신청하셨으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근무 할 수도 있었다” “나이도 제가 더 많고, 업무 관련 사항도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등의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

정씨는 “저도 평범하게 그저 하루하루 일을 하는 직원”이라며 “고인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빌지만 욕설, 뒷담화, 괴롭힘에 대해서는 노동청의 철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T새노조는 22일 A씨 사망과 관련 성명서를 내고 “최근 KT의 한 지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유족의 강력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KT 내부에도 관련 절차가 마련됐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피해자가 괴롭힘을 호소해도 형식적인 조사를 하고 문제없음으로 끝내버리기 쉬운 구조에 있다”며 “KT에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한 경우 노사 공동조사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KT는 고용노동청에 관련 조사를 의뢰했다. KT 측은 23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고용노동청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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