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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펄펄 끓는 물가 "김밥 빼곤 다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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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기자]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월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는 신음하고,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 쪼그라들었다. 소득은 줄었는데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또다른 감염병 '메르스(MERS)'가 전국을 휘감았던 2015년엔 어땠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메르스가 휘감았던 2015년과 코로나19로 얼룩진 2021년의 물가를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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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비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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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가 기억하는 2015년 여름은 그랬다. 당시 나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며칠간 머물렀다. 큰 수술을 앞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서였다. 수술 날짜를 결정하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날짜를 정해놓고 기다리던 중 국내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

친척들은 수술 날짜를 한달이라도 뒤로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수술을 하고 나면 면역력이 떨어질 게 뻔한데, 그럼 메르스 바이러스에도 더 취약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서였다. 방역 당국만큼이나 우리 가족에게도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5월 중순 담당의사와 수술 날짜를 정하고, 6월 초 수술을 받기까지 다행히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술 후 회복한 어머니는 퇴원할 때까지 병실 밖으로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았고, 병문안을 오겠다는 이들의 호의도 한사코 거절했다. 나는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만 마스크를 쓰고 병원 지하의 잡화점을 들락거렸다.병원의 경비는 삼엄했고, 어머니와 난 섬에 갇힌 것만 같았다.

메르스는 첫 환자 발생 217일 만인 2015년 12월 23일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어머니도 이후 5년 동안 병이 재발하지 않아 지난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종종 그때가 떠오른다. 모든 것이 멈춘 것만 같던 그때 말이다. 몹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년째 기세등등하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고, 문턱이 닳게 드나들던 식당 문을 하나둘 닫게 하고 있다.

2015년 당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4%(전기 대비)였다. 경기가 얼어붙으며 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7%에 그쳤다. 2000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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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떨까. 지난 7월 9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워낙 경기가 얼어붙었던 탓에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0.8%로 그때와 비교하면 양호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는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다른 건 또 있다. 그땐 저물가였고, 지금은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9년 만에 소비자물가지수가 연간 2%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과 서비스(집세,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 지수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9%, 1.7%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7.8% 상승했다. 농산물(7.1%)과 축산물(12.5%) 지수가 특히 많이 올랐다.

공업제품 지수는 석유류가 21.6% 오르며 전체적으로 3.2% 상승했다. 서비스 지수에선 공공서비스를 제외하곤 모두 올라 집세와 외식비가 각각 1.6%, 2.8% 상승했다. 집세는 2017년(1.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세가 이렇다보니 2015년 2분기 99.94포인트였던 소비자물가지수(2015=100)는 올 2분기 107.41포인트로 그때와 비교해 7.5% 상승했다. 생활물가는 99.99포인트에서 108. 02로 8.0% 상승했고, 식품물가는 99.92포인트에서 116.62포인트로 16.6%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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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품목별로 더 깊이 들여다보자. 먼저 농축수산물이다.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015년 쌀(상품) 20㎏의 평균 가격은 4만4600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6만692원으로 36.1% 올랐다.

시금치(상품)는 어떨까. 2015년엔 1㎏에 5266원이었는데 올해는 두배 가까운 9644원으로 치솟았다. 축산물은 어떨까. 소고기(한우등심·1등급) 100g당 가격은 6992원에서 1만75원으로 이 역시 크게 올랐다. 달걀(특란·중품) 한판(30개) 가격도 2015년엔 5756원이었는데 올해엔 평균 7293원에 판매되고 있다. 품귀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수입 달걀을 시장에 풀어 그나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게 이 정도다.

오징어(생선·중품) 1마리 가격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국내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2519원에서 5234원으로 훌쩍 뛰었다.

오른 건 농축수산물뿐만이 아니다. 가공식품 가격도 올랐다. 라면·즉석밥·고추장·소주·맥주 할 것 없이 다 올랐다. 농심 신라면 5개 묶음 평균가격은 3190원에서 3706원으로 올랐고, 오뚜기 맛있는밥(210g)은 1개당 1013원에서 1396원으로 올랐다.

순창 오리지널 우리쌀 찰고추장(대상) 1㎏ 가격도 1만2787원에서 1만3198원으로 상승했다. 오비맥주의 카스 프레시(500mL)는 1810원에서 2230원으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360mL)는 1096원에서 1455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외식비라고 오르지 않을 리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김치찌개백반·비빔밥·냉면·삼계탕·삼겹살·칼국수·자장면·김밥 등 주요 품목 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하는데, 그중 2015년과 비교해 오르지 않은 건 김밥뿐이다.

김치찌개백반의 평균 가격은 5741원에서 6817원으로 1076원 올랐고, 냉면은 8171원에서 9298원으로 1127원 비싸졌다.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1만4596원에서 1만6671원으로 2075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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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먹거리 가격만 오른 건 아니다. 2015년과 비교해보면 교통비도 올랐고, 여가비도 올랐다. 2015년 당시 시내버스 기본요금(현금 기준) 평균 1185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버스요금은 1300원이다. 전철 요금 역시 1212원에서 1350원으로 인상됐다. 택시 기본요금도 3000원으로 3800원 800원 인상됐다.

이번엔 영화관람료를 보자. 2015년 CGV의 주중 관람료는 9000원이었다. 하지만 2016년 3월 좌석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관람료가 인상돼 현재 2D 일반 시간대 기준 관람료는 1만3000원이다. 6년 새 4000원이 오른 거다.

이렇듯 저성장 기조에서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가계 살림은 나날이 힘겨워지고 있다. 그중 벼랑에 몰리고 있는 건 저소득층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 2분기 1분위(하위 20%·1인 이상 가구) 소득은 96만6404원으로 전년 동기(103만1416원) 대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치솟으니 빚만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소득 1분위 가구 중 적자가구 비율(55.3%)은 전년 동기(47.1%) 대비 8.2%포인트 상승했다. 나머지 분위에서도 적자가구 비율이 확대됐지만 1분위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분기(52.7%)와 비교해도 2.6%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그때보다 더 질기고 긴 바이러스가 서민들의 생활을 점점 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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