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서울 성북구 신월곡 1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 해임 총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돼 ‘마크원’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해당 건설사들의 최고급 브랜드인 ‘르엘’이나 ‘갤러리아 포레’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고급 브랜드를 도입해주지 않는다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시공사 해임 동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 1구역 조감도./성북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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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8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은 지난 7월 시공사인 DL이앤씨의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시공사로 선정된지 1년2개월 만에 이를 해지한 것이다. 이들은 DL이앤씨가 제안한 ‘e편한세상’ 대신 고급 브랜드인 ‘아크로’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놨다.
지방에서도 아파트 브랜드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시공사 해지를 통보한 사업장이 속속 등장했다.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대전 유성구 장대B구역 재개발 조합도 시공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일부 시공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고급 브랜드 적용’을 시공 계약을 따내는 무기로 사용한다. 하반기 서울 강북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불리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 6구역에서 롯데건설과 맞붙었던 DL이앤씨는 처음 ‘드레브372’라는 브랜드를 제안했으나, 수주전에서 밀리자 고급 브랜드인 ‘아크로’를 도입하겠다고 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 적용 여부가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하반기 서울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조감도./DL이앤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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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아파트 브랜드에 목을 메는 이유는 집 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상위 브랜드 아파트 가격이 70.96% 상승하는 동안 하위 브랜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37.4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하위 브랜드에 따른 가격 차이는 점차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상위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변화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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