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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힙합 가교역할 하고파”…그래미상 세차례 수상 데이비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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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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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녹음 스튜디오와 교육 기관을 세워 미국 힙합과 K-힙합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 켄드릭 라마 등 팝스타들의 음향 조율을 도맡는 음향 엔지니어 데이비드 김(한국명 김영인·34). 1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김 씨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담은 ‘Mixed by YUNGIN’이라는 문구를 가슴팍에 박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의 인생 스토리는 한 편의 힙합 다큐멘터리 같다.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네 살 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했죠. 근 30년간 ‘나는 뼛속까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이민 이듬해인 1992년, LA 폭동을 겪은 부모는 흑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들이 불안했다. 그러나 김 씨의 목표는 하나였다고. ‘한국인은 고지식하다는 편견을 깨고 흑인 형들처럼 멋지고 쿨한 사람이 돼야지!’

미식축구에 두각을 보여 NFL 스타를 꿈꿨다. 대학 입학허가서와 장학금 제안까지 받았지만 고교 말년에 벼락이 닥쳤다. 허리 부상을 입은 것. 흑인들과 어울리며 좋아했던 힙합이 그의 인생 항로에서 키를 잡기 시작했다.

“귀가 좋고 손이 빨랐으니 음향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갔죠.”

할리우드 유명 음악학교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에 들어가 주 6일을 학교에서 숙식하며 공부만 했다. 결과는 수석 졸업. 그러나 유명 스튜디오에 ‘연줄’이 없어 2년간 아르바이트만 해야 했다. 김 씨는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스튜디오 챌리스(Chalice)의 모든 직원에게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간절히 “일하고 싶다”고….

고용은 됐지만 1년간 무급 인턴 신세. 가수들의 음식 주문을 받아 나르거나, 간밤에 차고에 쌓인 노숙자들의 분변을 처리하는 막일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가 닦은 날은 녹음실 복도가 반짝일 정도로…. 열성과 진심을 눈여겨본 스튜디오가 ‘진짜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깍듯한 예의, 열정적 태도, 빠른 작업 속도는 그를 금세 유명 엔지니어 가도에 올렸다.

“켄드릭 라마, 닙시 허슬의 작품에 참여해 그래미를 두 개나 받았지만 뭔가 허전했어요.”

김 씨의 진짜 꿈은 올 3월 이뤄졌다. 지난해 전설적 래퍼 나스의 13집 ‘King’s Disease‘는 김 씨가 앨범 전곡을 믹스한 작품. 올해 그래미시상식에서 ’최우수 랩 앨범‘에 호명됐다.

“일곱 살 때 제가 난생 처음 구입한 앨범이 나스의 1집 ’Illmatic‘이었어요. 함께 작업하는 순간들도 꿈만 같았는데 저의 세 번째 그래미를 그와 함께 타다니….”

시상식 뒤풀이를 코리아타운에서 하며 나스는 김 씨와 어깨를 걸고 그래미 트로피에 소주를 따라 원샷했다. 지난달 신작 ’King‘s Disease II’에 나스는 ‘stop asian hate!’란 가사도 담았다.

“음악이 사진이라면 아티스트는 모델, 녹음 엔지니어는 포토그래퍼, 믹스 엔지니어는 포토 에디터입니다. 일차적으로는 모델이 좋아야겠지만 어떤 소리를 부각하고 어떻게 청각 세계를 건축할 것이냐를 정하는 엔지니어는 기술과 감성을 모두 마스터한 고도의 예술가여야 하죠.”

그는 2018년 한국 신혼여행 때 핏줄 속 한국인 DNA를 발견했다고. “부산타워에 올라 전망을 보다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이후 왼쪽 팔뚝에 ‘KOREATOWN’을 새기고 가슴팍에 ‘영인’을 박았다. 아리아나 그란데, 존 레전드, 트래비스 스콧과 작업하는 한편 태연, 백현, 카이, 드렁큰타이거 등 한국 가수들과도 작업하며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다지고 있다.

“K팝과 한국 힙합의 음향 수준은 미국 현지와 이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감성도 매력적이죠. 양국을 오가며 음악과 음악, 문화와 문화의 충실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앞으로 제 목표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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