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슈워제네거의 추억? 어쩌다 주지사 '리콜' 사태 [US포커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2019년10월21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에서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53·민주)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주민소환(Recall) 투표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를 주지사직에 유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당장 쫒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2대1로 압도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미국인들은 이번 투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현지언론들도 뉴섬 주지사의 '탄핵' 여부를 놓고 다양한 기사를 쏟아냈다.

사실 캘리포니아주는 뉴섬 주지사가 속한 민주당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64%의 지지를 얻으며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55명)을 손에 넣었고, 뉴섬 주지사도 2018년 선거에서 62%의 지지를 받았다. 약 2230만명의 등록 유권자 중 민주당원 대 공화당원 비율도 2대1로 민주당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왜 뉴섬 주지사는 임기 중 탄핵심판을 받아야 했을까.


봉쇄정책 쓰고서 자신은 '노마스크'로 저녁 모임에

머니투데이

2020년 11월6일 뉴섬 주지사(가장 왼쪽)가 나파밸리의 한 고급 식당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모임을 갖는 모습이 폭스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강도 높은 방역 규제를 시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난에 시달린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노마스크로 실내에서 열린 저녁식사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11월6일 밤 캘리포니아주 나파 카운티 내 욘빌(Yountville)의 한 고급식당에서 열린 한 유명 로비스트의 50번째 생일축하 저녁모임에 참석했다. 이 때는 캘리포니아주 내 코로나19(COVID-19) 관련 규제가 강할 때였다. 뉴섬 주지사 일행들의 떠드는 소리에 주목한 한 손님이 사진을 찍었고, 폭스뉴스(FOX11)가 제보받은 사진을 보도하면서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

이 같은 '위선'에 단단히 화가 난 공화당 지지자들은 주민소환 투표 청원을 시작했고 150만명 이상이 찬성하면서 소환 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기준을 넘겼다.


투표 질문은 2개…해임을 원하나? 후임은 누구?

머니투데이

[롱비치=AP/뉴시스] 개빈 뉴섬(왼쪽)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원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13일(현지시간) 롱비치의 롱비치 시티 칼리지에서 소환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14일 소환 투표를 앞두고 있다. 2021.09.1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투표의 질문은 2개였다. 첫 번째는 '뉴섬을 주지사 자리에서 해임하길 원하느냐', 두 번째는 '뉴섬이 해임된다면 어떤 다른 후보가 후임 주지사가 돼야 하느냐' 였다. 만약 첫 번째 질문에서 해임 찬성 의견이 50%를 넘으면 뉴섬 주지사는 즉각 해임된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후임 주지사가 된다.

선거는 끝났다.

뉴섬 주지사는 5분간의 승리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축구가 아니기 때문에, 당신은 그것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트럼프를 이겼을 수는 있지만 이 나라에서 트럼피즘(트럼프 주의)은 죽지 않았다"며 "지금은 나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표 탄압시도, 기본권에 대한 공격 등 우리가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선밸리=AP/뉴시스] 개빈 뉴섬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선밸리에서 열린 주지사 소환투표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민 소환 투표는 14일 실시되며 소환 찬성표가 반을 넘기면 뉴섬 주지사는 그 직을 상실하게 된다. 2021.09.1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표 비용만 5000억원 이상…"왜 이런 선거 했나"

일각에선 "왜 이런 선거를 해야 했느냐"는 말도 나온다. 돈과 에너지만 잔뜩 쓰고 바뀐 건 전혀 없다는 비판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번 주민소환 투표를 진행하면서 납세자들이 약 2억7600만 달러(약 3240억원)를 부담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선거운동에 지출된 막대한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소노마 주립대의 데이비드 맥쿠안 교수(정치학)은 이번 리콜에 드는 비용은 4억5000만 달러(약 5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무엇보다 뉴섬 주지사의 잘잘못을 떠나, 이같은 주민소환 투표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 주민소환 투표는 망가졌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관련 문제들을 질타했다.

이번 선거제도에선 뉴섬 주지사가 첫 번째 질문에서 무조건 '해임반대', 즉 '지지표'를 50% 이상 받아야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거의 과반인 49.99%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도, 찬성이 50.01%이면 그는 잘린다. 대신 그보다 훨씬 지지율이 낮은 후보라도 2번째 질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 주지사에 당선된다.

문제는 더 있다. 뉴섬이 해임될 경우 차기 주지사 후보군이 누구인지 선거 일주일 전 금요일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기회도 없이 주민들은 투표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46명의 후보 명단에는 전 올림픽 출전 선수, 유튜브 스타 등이 있었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치 경험이 있는 후보는 전 샌디에이고 시장 정도가 유일했다.

만일 뉴섬이 주지사직을 상실했다면, 후보군 중 지지율 1위(약 20%)를 달리던 래리 엘더(69)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컸다.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다. 보수적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앨더는 캘리포니아주 58개 카운티에서 공화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롱비치에서 뉴섬 주지사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는데, 공화당 측 도전자인 래리 엘더를 '트럼프 복제인간'(Trump clone)이라고 일축해 눈길을 끌었다.

머니투데이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공화당의 라디오쇼 진행자 래리 엘더 후보가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투표 운동 중 한 TV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엘더 후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보는 거짓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위험한 자리'

역대 캘리포니아 주지사들은 재임 중 여러 차례 자리를 위협받아 왔다. 1911년 주민소환 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시도는 지금까지 179회나 이뤄졌고, 1960년 이후 취임한 모든 주지사들은 재임 중 적어도 한 번은 이런 시도를 접했다.

일각에선 캘리포니아주의 주민소환 투표 청원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외에도 18개 주가 주민소환 투표제를 운영 중인데, 캘리포니아보다 청원 기준이 낮은 주는 한 곳도 없다.

캘리포니아는 직전 선거 시 총 투표수의 12%의 동의만 얻으면 현직 주지사를 소환투표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다른 대부분 주는 이보다 기준이 2배 이상 높은 25%이며, 칸자스는 40%다.

지난해에만 미국 전국적으로 14명의 주지사들이 소환투표 청원 대상이 됐는데, 이중 캘리포니아 주지사만 유일하게 실제 투표 대상이 됐다.

이같은 소환투표로 실제로 자리에서 쫒겨난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있다. 미국 역사상 82년 만에 퇴출된 주지사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은 그레이 데이비스(80).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그는 주의회 의원을 거쳐 1998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됐고, 2002년 재선됐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전력난 등의 문제로 인기가 급락했고, 2번째 임기 11개월 만에 2003년 주민소환 투에서 주지사직을 상실했다.

후임 주지사에는 영화배우로 유명한 공화당 소속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선출됐다.

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