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현 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세우려다 경찰에 의해 가로막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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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착해야 할 식자재가 오후 늦게 도착하면서 팔지 못하고 폐기하는 물품이 늘어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불법 파업 때문에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살려 달라."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주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장의 글이 올라왔다.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에서 점포를 운영하는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파리바게뜨 운송 거부 파업이 15일 0시를 기점으로 이틀째 지속되면서 그 여파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16일 SPC그룹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 지역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빵·케이크 제품 생산을 위한 재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서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등 수도권 파리바게뜨 매장들은 아직까지 재료 수급에 큰 문제가 없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전국적으로 번질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 2일 SPC그룹 호남샤니 광주 공장 화물노동자들이 증차를 요구하면서 발발해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번졌다. 전날부터 대구, 광주, 인천, 원주, 성남 등 전국 SPC그룹 11개 물류센터 관련 화물연대 노조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소속 조합원 중 전체 배송 차량의 30% 수준인 200여 대가 운송 거부에 동참했다. 노조가 물류센터 길목을 막아서면서 전국 3400여 곳 파리바게뜨 매장의 빵 제품과 재료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이번주 말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대목인데, 판매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본사인 SPC 측에서 대체 차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점주협의회는 이번 물류 파업을 두고 민주노총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중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은 "전국 화물연대가 배송 파업으로 가맹점주를 괴롭힌다면 우리는 파업 기사들과의 운송 계약 해지 요구와 대체 운송수단 강구 등 더욱 더 강력한 점포 사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근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데 있다. 일부 영세 자영업자가 현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자영업자에 대한 구제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23년 동안 맥줏집을 운영한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자, 자영업자 단체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장사를 하는 한 자영업자 A씨는 추모글을 통해 "사장님! 저 세상에는 공정함, 정의가 살아 있기를 간절히 빌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담아냈다.
A씨는 "분명히 재난이라고 하는데 국민은 있지만 국민을 보호하는 나라는 없다"며 "피해 입은 사람들을 잠재적 죄인 취급만 하는 게 자랑스러운 K방역인가 보다"고 한탄했다.
이날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 숨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지만 경찰 측이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경찰에선 분향소 설치 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이라며 "돌아가신 분의 넋을 기리기 위한 건데, 이것조차도 막는 건 납득할 수 없다. 경찰이 이걸 가지고도 처벌한다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자영업자에 대한 긴급 재정 지원을 즉각 시행하고 국회는 임대료 분담법을 즉각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김효혜 기자 / 이윤식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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