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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에 금지한 핵 잠수함 기술... 美, 중국 막으려 호주에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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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호주 3국 정상이 15일(미 동부시간) 군사‧안보 협력과 정보 공유, 인공지능과 사이버 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아우르는 안보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전격 발표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오커스가 태어났다(born)”고 말했다. 그러나 3국의 오커스 ‘임신 사실’을 아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조선일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6일(호주 시간) 캔버라의 의회 건물 내 블루룸에서 화상으로 함께 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커스(AUKUS)' 3국 안보파트너십을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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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안정성 증진”을 목표로 한 3국 공동성명이나 정상들의 발언에서 ‘중국’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는 지난 바이든‧시진핑의 통화에서 이것이 언급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새 군사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은 물론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온 미국의 ‘아시아 선회(pivot to Asia)’ 전략과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글로벌 브리튼’, 갈수록 자국의 북서쪽 바다에서 안보 위협을 느끼며 무역 전쟁과 내정 간섭에 시달리는 호주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적(敵)은 바로 중국이다. 9월 24일에는 중국에 맞서는 아시아 주요국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미국‧호주‧일본‧인도 4개국 정상이 워싱턴에서 만난다.

이날 ‘오커스’ 발표에서 핵심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핵무기로 전용(轉用)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잠수함 추진 원자로 기술을 호주에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에 걸쳐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또 조용하게 전 세계 곳곳의 바다 밑을 훑을 수 있다. 따라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호주는 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인공 섬을 다수 건설해 자기 앞마당으로 만든 남중국해와, 서태평양 전해역을 노출되지 않고 장기간 잠행할 수 있게 된다.

◇미국, 가장 강력한 핵추진 잠수함 3척 모두 태평양 배치

미국은 약 50척의 공격 잠수함을 보유 중인데, 이 중 최대 규모에 강력한 무기와 속도를 갖춘 핵추진 잠수함 시울프(Seawolf)와 코네티컷, 지미카터 3척을 모두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군함들이 중국의 중‧장거리 대함(對艦)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지면서, 잠수함은 갈수록 중요성을 띠게 됐다. 여기에 호주가 앞으로 10여 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이 지역에서 중국과의 세력균형을 흔들 수도 있게 된다. 호주로서는 미국의 촘촘한 대중(對中) 방어망에 더욱 깊게 개입하면서, 유사시 자동적으로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호주국립대(ANU)의 휴 화이트 교수는 “호주는 중국에 대항해 미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냉전(Cold War)에서 미국이 승리하리라는 것에 베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에 ‘예외’적으로, 핵무기급 원료 쓰는 원자로 제공

미국이 앞으로 18개월에 걸쳐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제공하는 원자로 기술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쓴다. 뉴욕타임스는 “잠수함 추진 원자로가 냉전 시대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미국은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이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민수(民需)용 원자로를 폐기해 나갔다.

하지만 미국도 잠수함 추진 원자로는 여전히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쓴다. 2019년 미 국방부는 저농축 우라늄으로 잠수함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시 결론은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따라서 미국이 호주에 제공하려고 하는 잠수함 원자로는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기존의 원자로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미국은 이 기술을 1958년 영국에게만 공유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핵무기 비확산(NPT)을 주창해 온 호주에게 이 같은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게 된 것을 놓고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을 딜(deal)” “다른 동맹국에는 적용되지 않는 예외”라고 못 박았다. 호주는 고농축 우라늄 원료를 미국에서 수입하게 된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은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으며, 재래식 무기와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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