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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취재수첩] 거래소 영업신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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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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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은행 '가상자산사업자 평가, 부담돼'…실명계좌 두고 잡음 예상>. 지난해 11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이 나왔을 때 작성한 기사 제목이다.

시행령이 나온 이후 가상자산사업자 영업신고 기한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 영업신고는 '잡음'의 연속이었다. 잡음의 원인은 역시 은행 실명계좌다. 10개월 전 우려대로 된 셈이다.

10개월 전 가장 많이 제기된 지적은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실명제를 처음 도입했던 2018년 1월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당시 거래실명제에 따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았지만 이후 사업에 나선 후발주자들은 발급받지 못했다.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법 제정을 통해 거래소 사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특금법은 오히려 '4대 거래소'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거래소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은행에게 떠넘김으로써 은행의 보수적인 태도를 심화시켰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영업신고 기한을 며칠 앞둔 지금 실명계좌를 갖춰 신고서를 낸 곳은 기존 4대 거래소뿐이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등이 실명계좌 확보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6개에 불과하다.

후발주자들은 은행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한 채, 울며겨자먹기로 원화마켓을 폐지하고 신고서를 접수하고 있다. 실명계좌 없이 영업신고를 하려면 원화마켓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원화입금이 불가능한 거래소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우려가 현실화되는 동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업계 관계자는 물론 학계 전문가까지 모여 규제가 비합리적임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의 방침에 변화는 단 1%도 없었다.

언뜻 보기엔 규제를 완화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나, 이것 역시 기존 방침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들이 은행에 평가를 떠넘기는 규제가 비합리적이라고 할 때마다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없이' 신고할 수 있다는 점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원화마켓을 포기할 경우 실명계좌 없이 신고가 가능하다는 건 규제 완화가 아니라 원래 특금법에 있는 내용이다.

'거래소 폐쇄까지도 고려한다'고 말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박상기의 난'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3년 반이 흐른 지금, 고려한다던 '거래소 폐쇄'는 거의 현실이 됐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가상자산 산업에 진출한 3년 반 동안, 우려를 현실화하는 데 그친 국내 금융당국의 입장이 과연 미래 지향적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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