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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전 차관, 사건 발생 314일 만에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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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운전자 폭행·증거인멸 교사 혐의
‘봐주기 의혹’ 경찰관도 불구속 기소

경향신문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택시 운전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16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6일 사건이 발생한 지 314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규형 부장검사)는 이날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운전 중인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사건 발생 사흘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며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합의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의 합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단순폭행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다.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차량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피해자 의사에 관계없이 사법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의 ‘봐주기’ 의혹도 수사한 검찰은 사건 처리를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관 A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동영상을 통해 택시기사가 운행 중 폭행을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보고 내사종결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를 받는다.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허위 내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도 적용됐다.

검찰은 A씨의 상관들을 상대로 경찰의 조직적인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서초경찰서장·형사과장·형사팀장 등이 A씨로부터 동영상의 존재를 보고받지 못했고,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각하 처분했다.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운 택시기사는 증거 인멸 혐의에도 불구하고 기소유예 처분됐다. 폭행의 직접 피해자인 점, 이 전 차관과 합의한 후 부탁에 따라 영상을 삭제한 점 등이 고려됐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는 인정되나 범행 전후의 전황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이 전 차관은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난 5월 사의를 표했다. 사실관계가 단순한 이 사건을 놓고 시간을 끈 검찰의 ‘늑장 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증거인멸 경위와 경찰 내사종결 과정에 외압 여부 등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철저히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며 “대검 예규에 따른 부장검사회의를 통해 법리 및 사실관계 인정 등에 관해 신중히 검토해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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