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르포] 민주진영-과도정부, 때아닌 복권 판매 경쟁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민불복종·시민군 자금 지원 vs 납세 거부 타격에 세수 확보 차원

민주진영, 복권 판매 이어 500만 달러 국내외 모금목표도 초과 달성

연합뉴스

NUG가 발행한 "승리의 깃발을 날리는 봄 복권"(봄 복권) 포스터
SNS 캡처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부가 구성한 과도정부와 문민정부를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정부(NUG)가 최근 뜨거운 복권 판매 경쟁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NUG는 2월1일 국가비상사태 이후부터 계속돼 온 시민불복종 운동(CDM) 참여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직장을 그만 둔 CDM 참여자들에게 생계 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과도정부의 경우, 국가비상사태 이후 복권 판매가 극히 저조한데다, 최근에는 시민들이 전기 요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납세 거부 운동이 확산해 나라 곳간에 돈이 부족해 보이는 상황이다.

NUG가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 8월 중순 '승리의 깃발을 날리는 봄 복권'(이하 봄 복권)을 만들어 SNS를 통해 닷새간 시험 판매를 했다.

연합뉴스

NUG가 발행한 "승리의 깃발을 날리는 봄 복권" SNS 페이지
SNS 캡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장에 2천짯(약 1천300원)하는 복권이 날개 돋친 듯 팔려, 1시간도 안 돼 하루치 목표 5만장이 판매됐다.

하루 판매액은 1억짯, 우리 돈으로 약 6천300만원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시험 판매 기간인 닷새 동안 이어졌다.

전체 판매액의 60%를 상금으로 지급하는 정부 발행 '승리 복권'과 달리 판매액의 30%만 당첨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CDM에 참여한 이들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NUG는 흥행 성공에 고무돼 이달 6~11일 엿새간 봄 복권 2차 인터넷 판매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1시간 이내 매진' 상황이 재현됐다.

연합뉴스

"500만 달러 챌린지 추첨 캠페인" 포스터
SNS 캡처



NUG는 '봄 복권 1차 흥행'의 여세를 몰아 지난달 중순에는 시민 저항세력인 시민방위군(PDF)을 위한 모금 운동도 벌였다.

PDF는 과도정부의 군경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이는 세력이다.

SNS를 통해 진행된 '5 밀리언 챌린지'(5 Million Challenge) 캠페인이 그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 있는 미얀마인들을 상대로 500만 달러(약 58억5천만원)를 모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티켓 금액은 각 나라별로 달랐는데, 10달러(1만1천700원) 전후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UG는 티켓이 당첨되면 자신들에게 기부된 물품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무슨 선물인지도 나와 있지 않아 사실상 기부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모금 운동의 열기 또한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5백만 달러 챌린지 추첨 캠페인" 결과 분석표
SNS 캡처



챌린지에 참여했다는 미얀마 지인은 기자에게 "판매 2주만인 26일에 목표액 5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8일 마감 당시엔 750만 달러(약 87억원)까지 늘었다"면서 "국내외 미얀마인들의 간절한 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NUG 집계에 따르면 판매 금액의 절반 가량(51.1%)은 미얀마 국내에서 기부됐다.

연합뉴스

현지 언론 이라와디가 과도정부가 판매하는 아웅 바 레이(승리 복권)의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기사. 2021. 9. 11. SNS 캡처



그렇지 않아도 국가비상사태 이후 정부 발행 복권이 '찬밥 신세'가 돼 매출이 급감했던 상황에서 NUG 복권이 대히트를 하자 과도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과도정부가 국영 신문에 상금 지급률을 70%로 올리겠다고 한 발표문. 2021. 8. 14.
SNS 캡처




이들은 서둘러 '승리 복원' 상금 지급률을 기존 60%에서 70%로 올리고, 상금은 현금으로 바로 지급하겠다면서 관련 내용을 국영 신문에 발표했다.

조건이 더 좋은 정부 발행 복권을 사라는 '호객 행위'인 셈이다.

또 이달 11일에는 승리 복권의 인터넷 판매를 대행하는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NUG처럼 인터넷 판매가 복권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연합뉴스

아웅 바 레이 복권(승리 복권) Online 디지털 사업자 모집 공고. 2021. 9. 11. SNS 캡처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과도 정부는 복권 판매실적 회복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현재 승리 복권 수익률은 과거 NLD 정권 시절 당시의 6%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과도정부는 문제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202134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