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주틀란드 그라나시 인근 카테갓 해상에 정박해 있는 중국 벌크선 이펑 3호 주변에 20일 덴마크 해군 경비함 P525함이 배치돼 있다. 덴마크 군 당국은 21일 최근 해저 데이터 케이블 2개가 손상된 발트해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벌크선을 감시하고 있다고 확인했다./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펑3호는 지난 17~18일 발트해 해저에서 닻을 내린 채 100마일이상 운항해 각각 스웨덴~리투아니아, 독일~핀란드를 잇는 해저케이블을 끊었다. 이에 덴마크 해군 함선이 이펑3호를 추적해 항로를 차단하고 국제 해역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함이 포위했다. 결국 이펑3호는 선박을 정지,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이펑3호는 올해 3월까지 중국에서만 운항해왔으나 이후 돌연 러시아 발트해 항구인 우스트루가에서 비료를 싣고 출항했다. 중국 소유 선박이지만 러시아 선원들도 탑승해있었다. 해저 케이블 손상이 스웨덴 해역에서 발생한 만큼 스웨덴 당국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에 관계된 유럽의 한 고위 조사관은 "닻이 내려져 바닥을 끌며 속력을 잃은 채 몇 시간 동안 운항하는 걸 선장이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이 검토한 위성 및 기타 데이터에 따르면, 끌리는 닻이 속도를 크게 줄였으나 선박은 계속 항해했다. 약 111마일(178.6㎞)을 이동한 이펑3호는 해저케이블을 연달아 끊은 후 닻을 올리고 계속 항해하다 덴마크 해군 함선의 추격을 받아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카테가트 해협에 정박했다. 당일 기상조건과 파도 높이는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돼 케이블 절단이 우발적 사고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 해군 군함이 2023년 5월 발트해에서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펑3호는 현재 나토 소속 소규모 함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스웨덴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입한 나토 신입 회원국이다. 국제해상법에 따르면 나토 함대가 이펑3을 국제 해역에서 강제로 나토 회원국 항구로 강제 출항시킬 수는 없다. 스웨덴과 독일 당국은 대신 선박 소유주와 협상해 선박에 접근하고 승무원을 심문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의 나토 영토에서 그림자전(자국의 개입을 숨긴채 특정 국가의 중요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벌여왔다. 지난해 10월에도 중국 등록 선박인 뉴뉴 폴라베어호가 닻을 내린 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과 통신 케이블을 절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러시아 선원들이 중국 선박에 탑승해있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