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듣고 울며 일했다" 눈시울 붉힌 자영업자들
수개월째 거리두기 4단계…고충 현재진행형
지난해 대비 요식업·주점업 매출 7% 이상 감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마포구 맥줏집 주인 A 씨 빈소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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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천국에선 돈 많이 버세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심정 이해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인해 경영난을 겪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마포구 맥줏집 주인 A 씨를 향한 추모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제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막막했을까" 등 숨진 A 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는 자영업자들이 이미 한계에 몰렸다며,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방역 수칙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A 씨는 지난 7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A 씨의 시신이 발견된 날로부터 며칠 전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지난 1999년부터 최근까지 약 20년 이상 마포에서 맥줏집을 운영해 왔다. 평소 훌륭한 서비스와 맛으로 주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연말이면 단체 예약 손님만 받아야 할 정도로 호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직원들에게도 친절한 사장이었다. 직원들에게 업소 지분을 나눠주는가 하면, 요식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주5일제를 시도하거나, 연차를 만드는 등 휴식을 보장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부착된 서울 을지로의 한 상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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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제약이 강화되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매장 매출도 3분의 1로 급감했다. 밀린 월세와 직원 월급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지난달 31일 지인과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A 씨는 최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일 SNS,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는 A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글을 쓴 사람들은 대부분 A 씨와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들로, 이들은 "얼마나 막막했으면 이런 선택을 했겠나. 그 심정 이해한다", "천국에서는 부디 돈 많이 버세요" 등 A 씨의 심정에 공감한다고 토로했다.
한 자영업자는 "이 소식 듣고 하루종일 울면서 일을 했다"라며 "전국 자영업자들 심정이 다 저 분과 비슷할 거다. 정말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심경이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A 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경기 평택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B 씨 또한 가게 인근 자가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 테이블이 비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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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의 발인 날이었던 지난 12일에는 전남 여수 한 치킨집 사장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현행 4단계를 오는 10월3일까지 연장했다. 최근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늘리고, 집합인원 제한은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한 6명까지 조정하는 등 일부 제한을 완화했으나, 자영업자들이 이미 입은 피해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요식업·주점업 등 실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하락,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끊기 위해 정부가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비록 한 문장의 기사로 접한 소식이었지만 종사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라며 "정부는 형평성 있는 방역정책을 펼쳐 자영업자만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작금의 사태를 타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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