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 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가 남긴 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동물을 기르고 사냥하는 방법을 정리한 '전어지'(佃漁志)가 번역 출간됐다.
두 권으로 발간된 전어지는 임원경제연구소가 현대 한국어로 옮기고 풍석문화재단이 펴내는 '임원경제지'의 9번째 성과물이다. 임원경제지는 모두 16지(志)로 이뤄졌다. 전어지 원서는 4권 2책으로 구성되며, 글자 수는 8만8천497자이다.
내용은 크게 가축을 기르는 목축, 물고기를 양식하는 양어, 꿀을 얻으려고 벌을 키우는 양봉으로 나뉜다. 말을 시작으로 소·당나귀·노새·양·돼지·개·고양이·닭·거위·오리·물고기·꿀벌·사냥·고기잡이와 낚시에 관한 글이 이어진다.
서유구는 서문에서 동물을 한데 묶어 서술한 이유에 대해 군대 유지, 놀이, 재산 증식, 먹을거리 준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산에서 사냥하기도 하고 물에서 물고기잡이를 하기도 하며, 가축 기르기를 부지런히 하고 횃대나 우리의 일을 잘 살펴서 집안의 삶을 보존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전어지에서 들짐승과 날짐승 중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동물은 말이다. 수말이 싸우지 않게 기르는 법, 코 째는 법, 군살 빼는 법, 혈기 흩트리는 법, 말 모는 법 등이 실렸다.
소는 사람 기르듯 키워야 한다면서 제때 잘 먹이고 추위와 더위에도 잘 보살피라고 조언했다. 또 개에게는 아기 똥을 먹이고, 닭장에는 차조나 쌀겨를 깔도록 했다.
전어지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동물은 물고기다. 어류의 명칭을 고증하고 생김새·습성·맛·잡는 법·용도 등을 적었다. 서유구는 "물고기 이름에 사투리가 잡다하게 섞여 매우 엉터리여서 이름과 모양을 고찰했다"고 밝혔다.
어류에 관한 내용이 풍부해 정약전이 편찬한 '자산어보', 김려가 집필한 '우해이어보'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어류학서로 꼽히기도 한다. 전어지는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달리 민물고기도 다룬 점이 특징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은 책 앞머리에 실린 서문에서 "전어지는 산과 들과 강과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이 망라돼 있어 동물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며 '조선 동물세계 기록의 진수'라고 평가했다.
1권 466쪽, 2권 579쪽. 각권 3만3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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