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수도 공급 끊겨 사무실에서 물 받아가"
NYT "미군이 발표한 2차 폭발 흔적도 없다"
지난달 29일 미군이 테러 예방을 위해 공습한 제마리 아흐마디의 차량을 아프가니스탄 당국자들이 조사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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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군의 드론 공습 표적이 됐던 차량 운전자 제마리 아흐마디(사망)가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이 아닌 미국 구호단체의 협력자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해당 공습에 따른 아프간 민간인 사망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흐마디의 가족, 동료를 인터뷰하고 공격 당일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그가 카불 공항 테러를 공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당시 아흐마디가 탄 차량이 카불 공항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공습을 결정했다는 미 국방부 설명과는 어긋나는 보도다.
NYT에 따르면 아흐마디는 2006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내 NEI 책임자는 “우리는 IS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고 그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은 미군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한 공습 당일 아흐마디의 행동은 일상적인 루틴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아침 출근한 아흐마디는 NEI 동료들을 태운 뒤 탈레반이 점령한 경찰서로 향했고, 그곳에서 인근 공원에 자리잡은 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 위해 특별 허가를 요청했다. 이후 퇴근길에는 동료들을 집에 데려다준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아흐마디가 차에 실은 물통을 폭발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NYT의 잠정 결론이다. 공습 당일 아흐마디는 사무실에서 플라스틱 통 여러 개를 차에 실었는데, 동료들은 이를 “폭발물이 아니라 물통이었다”고 증언했다. 탈레반 점령 이후 아흐마디의 거주 지역에 물 공급이 멈춰 그간 사무실에서 물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NEI 경비원은 “그날도 내가 직접 물을 채우고 차에 싣는 것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특히 미군은 드론 공습 후 강력한 2차 폭발이 있었다며 아흐마디를 테러 용의자로 확신하게 된 이유를 밝혔으나, NYT는 “2차 폭발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폭발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차량에서 폭발과 화재의 흔적이 있긴 하지만, 주변 벽이나 나무가 무너지거나 터지지는 않았다며 2차 폭발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는 이유다. 영국의 안보 전문가인 크리스 코브-스미스는 “정당한 공격이라고 결정하는 데 동원된 정보나 기술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미군은 해당 드론 공격으로 3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NYT는 아흐마디의 자녀를 비롯해 친척 등 민간인 사망자는 총 10명이며, 그들 중 7명이 어린이라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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