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과 무게·버터·늙은이들의 가든파티
코스타상을 받은 전작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의 속편에 가까운 이야기다. 이 작품 역시 영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스타상에 선정되며 앳킨슨에 코스타상 3회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가 런던 대공습 기간에 주인공 어설라 토드가 겪은 일을 다뤘다면 이 소설에서는 어설라의 동생 테디의 삶을 조명한다. 영국 공군 폭격기 조종사로 활동한 테디는 전쟁이 끝나고 결혼해 딸 비올라를 낳지만, 딸이 자라면서 갈등을 빚는다.
테디는 독일군을 비난하지만, 비올라는 영국군과 아빠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비올라의 눈에는 영국군 역시 대량학살을 저지른 적이 있다는 점에서 독일군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올라는 결혼 후 낳은 딸 버티에게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빈자리는 조부인 테디가 채워준다. 전후 세대인 버티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전쟁과 할아버지를 이해한다.
소설은 인류사에서 최대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상처를 소환하고 전쟁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2차 대전과 전후 영국의 사회상을 묘파해내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문학사상. 736쪽. 1만5천800원.
▲ 장식과 무게 = 지난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민진의 첫 소설집. 활동을 시작한 이후 5년간 쓰고 다듬은 단편들을 엮었다.
일곱 편의 소설에는 지나간 시절을 다시 떠올려 반추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들어 있다.
작가는 예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어졌거나 멀어졌지만 여전히 그리움과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 있는 대상을 기억해내고 그때의 감정들을 떠올리려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별이나 사별이 영원한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은 우리가 기억을 통해 타인과 언제든 연결될 수 있으며, 잊지 않는다면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망각을 통해 상처를 회피하기보다는 과거의 일과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성찰하는 힘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섬세한 문장과 노래하는 듯 애잔해 보이는 감정 묘사가 여운을 남긴다.
문학과지성사. 230쪽. 1만3천 원.
▲ 버터 = 2009년 도쿄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 의문사 사건. '꽃뱀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 피의자는 기지마 가나에라는, 무직에 주거불명인 30대 여성이었다. 그는 결혼을 미끼로 남자들을 만나 거액을 빼앗고 그중 3명을 교묘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람들이 놀란 건 흉악범죄보다 '꽃뱀'으로 지목된 기지마가 100㎏ 넘는 비호감 외모였다는 점이었다. 피해 남성들은 그가 사기꾼일 것으로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지마는 2017년 사형이 확정돼 현재 도쿄 구치소에 수감 중인데, 옥중에서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결혼하는 등 화제를 만들어냈다. 이 실화를 모티프로 삼은 유즈키 아사코의 실화 소설로, 범인이 요리 블로그를 운영했고 요리 교실에 다녔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봄. 600쪽. 1만7천800원.
▲ 늙은이들의 가든파티 = 20년 넘게 꾸준히 장편과 소설집을 펴낸 한차현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못돼(못생긴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조정필과 보이그룹 멤버였던 카이가 동시에 사고를 당하자 조정필의 뇌를 카이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된다. 의료진은 이 작업을 통해 '차연'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지만, 차연의 육체는 돈 많은 노인들의 탐욕 대상이 된다.
강. 364쪽. 1만4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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