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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요즘 되는 일 없는 이준석…스스로 “대표 버틴다” 말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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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대표직 수행을 “버티기”라고 표현한다. 지난 3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리더십에 점수를 매겨보라는 질문을 받자 “제 스스로는 100점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그 이유를 “아직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석 달 째에 접어든 이 대표는 최근 당 안팎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리더십 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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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경선 후보자 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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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공방에 합당무산까지…짧았던 허니문



취임 후 한 달 가량 ‘30대 제1 야당 대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 대표의 리더십에 처음 물음표가 붙은 건 연달아 불거진 대선 후보들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의 지속된 신경전에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녹취록 공방까지 벌이면서 당내선 “이 대표 본인이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재선의원들은 이례적으로 집단 성명을 발표하고 “(이 대표가) 내부를 향해 쏟아내는 말과 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소속 의원이 대표에게 집단 성명을, 그것도 말을 줄이라는 요구를 한 건 여의도에선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분출했다. 지난달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대표와 후보들과의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배현진 최고위원과 이 대표가 서로 “경고한다”며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표가 당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최고위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소통하겠다고 해놓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당내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최종 무산되면서 당내에선 “큰 숙제를 떠안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시한을 못박아 답을 재촉한 이 대표의 태도를 놓고선 “그런 식의 협상은 상당한 패착”(김재원 최고위원)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안 대표가 내년 대선 때 독자 출마를 하게 되면 또 다시 단일화를 위한 지난한 협상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유승민·홍준표 ‘공정 선거 서약식’ 보이콧…李 “당 대표로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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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 등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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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이 대표가 “모든 분란과 오해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잠잠해지는 듯했던 국민의힘 내분은 최근 또 다시 커지고 있다. 여권 지지층이 집단적으로 특정 야권 후보를 미는 이른바 ‘역선택’ 현상을 놓고 후보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특히,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서병수)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경선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했지만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홍원)가 도입 여부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급기야 5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관위 주최로 열린 공정 선거 협약식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반대하는 안상수·유승민·하태경·홍준표 등 4명의 후보가 불참하는 집단 보이콧까지 벌어졌다. 이날 행사 직전에는 정홍원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이 대표가 부랴부랴 사퇴를 만류하는 일까지 생겼다. 정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번복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선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선관위 운영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 공식 행사에 불참하는 행위는 매우 우려스럽고,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정 위원장에게 다시 힘을 실었다.

선관위가 이날 심야 회의를 통해 역선택 방지 조항은 넣지 않는 대신 1차 경선 때 책임당원 여론조사를 20% 반영하고, 3차 경선 때 단순 여론조사가 아닌 본선 경쟁력을 묻기로 하면서 당내에선 “경선 파국은 막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후보 간 갈등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선 이런 갈등이 재현될 경우 이 대표가 중재하기 쉽지 않을 거란 우세하다. 윤 전 총장 측과의 갈등은 여전히 앙금이 남은 데다가 전당대회 때부터 ‘유승민계’ 논란이 있었던 만큼 섣불리 갈등에 끼어들면 자칫 공정성에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대표도 각 캠프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부친 농지법 위반 의혹엔 與 “투기 관대, 혹시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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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및 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준석 대표가 윤 의원의 손을 잡고 사퇴 의사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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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무로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최근에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됐다. 부친이 2004년 구입한 제주도 농지에 대해 이 대표가 “당시 미성년자였고 알지 못했지만 송구스럽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권에선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여권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불거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이 대표 부친의 문제를 연결지으려 하고 있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이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농지법 위반에 유독 관대했던 것이 혹시 동병상련의 심정 때문이 아니었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는 잘 하려고 열의를 갖고 움직이는데 여기 저기서 제동이 걸리니 본인도 갑갑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젊다는 이유로 더 얕잡아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0대 대표가 아닌 50대 이상의 여느 대표였다면 대표를 향해 소속 의원이 “말을 줄이라”는 식의 성명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지난 3일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으니 많이 위축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가 앞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도 만만찮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장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을 자체 조사하기 위해선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누굴 시킬지에 대해 최고위원들과 의견이 쉽게 합치될지가 관건이다. 아직 공석으로 남아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문제도 이 대표 측은 “지금 분위기에선 ‘우군’ 임명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계속해 주장해온 ‘대선 후보 검증단’ 문제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가 지난주 정홍원 위원장을 만나 “선관위 산하에 검증단을 설치하자”고 제안했지만 정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게 5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최고위원은 최고위 산하에 검증단을 설치하는 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 대표로선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새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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