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왼쪽 부터),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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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이 법을 주도한 인사들 중에 법안 처리를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사실을 호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①1년 전부터 숙고?=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 법안이 “1년 전부터 자료를 검토하고 수많은 분과 간담회를 했다”고 줄곧 말해왔다.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임채정 전 국회의장)는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숙의를 거쳤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현장풀)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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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최대 3배)을 부여한 법안(정청래 의원 발의)이 지난해 6월 발의된 것을 기원으로 삼는 주장이지만, 이 법안은 당시 발의만 됐을 뿐이었다. 그해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상정(당시 총 51개 법안 상정)돼 논의 테이블에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 법을 언급하는 이는 여야 통틀어 한 명도 없었다.
올해 2월 25일 문체위 소위에 상정됐을 땐,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 반대했다. “현재로서는 좀 수용하기가 곤란한 것이 아니냐”(이병훈 의원),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확실히 규정하기 힘들다”(유정주 의원)라고 했다. 훗날 이스타항공 회삿돈 555억원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기소(지난 5월) 된 이상직 의원만이 “최소한의 방어장치”라며 도입을 주장했을 뿐이었다.
민주당 출신 이상직 무소속 의원.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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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가 출범된 이후에서야 이 법이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손해배상액 상한선이 최대 5배로 늘어난 현재의 법안을 기준으로 하면 논의 시작점은 지난 7월 27일 문체위 소위 때로 더 짧아진다.
②해외에서도 언론 징벌제 시행?=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해외)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권 인사들은 “영국ㆍ미국은 악의적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있다”(지난달 23일 송영길 대표), “영미법 국가에서 다 운용하고 있는 제도”(지난달 19일 조국 전 법무장관)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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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판례를 중심으로 하는 영미법계 국가들과 한국처럼 성문법을 중심으로 하는 대륙법계 국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부터가 힘들다. 판사의 재량권이 중시되는 영미법계 국가에선 민사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원칙이 인정될 뿐이지 언론 보도만 겨냥하는 별도의 법은 없다. 더욱이 미국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 언론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과 정반대인 셈이다.
③與 ‘팩트체크’에도 허점=지난달 23일 송영길 대표는 ‘언론재갈법 NO!,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 YES!’라고 적힌 판넬을 들고 나왔다. “권력 보호용 법안”이란 야권 비판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면서 “정치ㆍ경제 권력, 대법원, 대기업의 간부들도 다 청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인터넷 기사 열람차단권, 사전검열도 삭제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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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주장은 고위공직자 및 후보자, 주요 대기업 임원 등은 청구권을 주지 않는 조항(법안 제30조의2 3항)에 관한 설명이다. 하지만 눈가리고 아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직이 아닌 권력자들이 얼마든지 있고, 설령 현직이더라도 가족이나 제3자 혹은 기관ㆍ법인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내년 4월 퇴임 이후엔 이 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어 “인터넷 기사 열람차단권 삭제” 주장은 아예 틀린 말이다. 당시 민주당이 삭제한 건 열람차단청구권이 아니라 ‘열람차단청구권 표시의무’ 조항이었다. 이 조항을 삭제하던 문체위 회의(8월 17일)에서도 “열람차단청구 표시제가 없어진 거지 열람차단청구권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 헷갈려 하시면 안 된다”(김승원 의원)는 발언이 나왔다.
④반대 단체를 찬성 단체로 둔갑=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에) 찬성하는 시민단체, 찬성하는 학자들, 찬성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찬성 단체가 어디냐 묻자 김 최고위원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언론개혁센터’ 등을 거명했다.
하지만 민언련이 전통적인 친여 성향 단체이긴 하지만, 언론중재법 만큼은 “권력집단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 전면 수정하거나 삭제하라“(7월 27일 논평)며 반대해왔다. 진보 색채가 강한 민변 역시 “(민주당은) 국민의 공감대 확보를 위해 숨을 고르라”(지난달 23일 성명)며 우려를 표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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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언론개혁센터는 검색되지 않는 유령단체다. 언론인권센터나 언론개혁시민연대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다”(지난달 5일 성명)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민주당에 대해 “넘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지난달 20일 성명), “다수 의석에 기대는 입법 폭거를 중단하라”(지난달 31일)는 등의 비판 논평을 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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