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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연합시론] 잠시 멈춘 언론중재법…여야 합의없는 입법 후폭풍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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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허위ㆍ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 앞에서 일단 멈췄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연기 결정 때문이다. 애초 본회의는 25일 오후 잡혀 있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가 밤샘 심사 끝에 이날 새벽에야 개정안을 의결한 게 문제가 됐다. 예정대로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할 경우 국회법상 상임위 통과 후 하루 경과 규정을 어기는 꼴이 되어서다. 박 의장은 결국 국회법 규정과 야당 주장을 참고해 개의를 늦췄다고 했다. 극단의 찬반 대립과 부작용 우려를 유발하는 여당 주도의 입법 속도전이 일시 휴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야가 일종의 냉각기를 갖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열정과 흥분을 가라앉힌 채 무엇이 더 많은 시민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일지 토의하고 숙고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격렬함과 격렬함이 부딪쳐 일으키는 정세의 소용돌이는 어지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결론에 열려 있는 진짜 대화와 타협은 더욱 절실해졌다.

밤새 법사위의 개정안 처리 과정은 여당의 입법 강행이 보일 수 있는 위험이란 위험은 다 보여줬다. 실망스럽다. 반대하는 야당 위원들이 퇴장한 뒤 파행한 끝에 새벽 4시에야 법안을 단독 의결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다. 그리도 절박한 사안이었나 하는 의문은 또한 별개로 여전하다. 같은 당 위원들이 강경, 온건파로 나뉘어 법안에 이견을 밝히며 2시간 논쟁하고 법안 내용까지 손댄 건 부끄러워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졸속 입법이란 점을 재입증한 셈이어서다. 내용 손질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논란 역시 피하기 어렵다. 직전까지 몇 차례 수정된 소관 문화체육관광위 심사에서 다 끝냈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오ㆍ남용한다면서 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고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내로남불 소리를 또 들을 수밖에 없는 모순적 행태다.

본회의가 미뤄졌지만, 법안의 운명은 며칠 순연된 데 불과하다. 박 의장은 임시국회 회기 내(오는 31일) '결정'을, 민주당은 이달 중 '처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전원위를 열어 토의하자 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거론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수정을 거듭한 법안은 고의, 과실에 의한 허위ㆍ조작 보도에 한해서 그로 인해 발생한 일반인 피해 구제를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변호사비도 안 되는 500만 원 이하가 다수인 법원의 손해배상 판단 현실을 보정하는 수준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둬 적용받는 예는 거의 없을 거란 예측도 한다. 정치, 경제 권력자들은 청구 자격이 없기 때문에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억제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도 반론한다. 반면 이 제도의 신설만으로 위축 효과가 생겨 언론 자유와 국민 알권리는 축소된다고 야당 등 반대 측은 말한다. 가짜뉴스 잡으려다 진짜뉴스까지 잡을 우려가 있다거나 여당이 정작 가짜뉴스 온상인 유튜브 매체 환경 개선과 영향력 큰 공영언론 개혁은 외면한 채 부실한 입법으로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은 또 다른 각도에서 잇따른다. 과연 이 제도가 있었다면 국정 농단 사태의 실상을 엿보게 한 민간인 최순실 관련 보도가 쏟아질 수 있었겠느냐는 비유는 상징적이기도 하다. 인식차가 크고 적극적 반대 세력의 의견 표출이 집요한 것이 여야 합의 없는 입법 강행의 강한 후폭풍을 예감케 한다. 여당은 이른바 민주, 개혁파 인사들조차 독주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을 새겨야 할 때다. 법익에 견줘 치러야 할 정치적 대가가 크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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