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법사위의 개정안 처리 과정은 여당의 입법 강행이 보일 수 있는 위험이란 위험은 다 보여줬다. 실망스럽다. 반대하는 야당 위원들이 퇴장한 뒤 파행한 끝에 새벽 4시에야 법안을 단독 의결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다. 그리도 절박한 사안이었나 하는 의문은 또한 별개로 여전하다. 같은 당 위원들이 강경, 온건파로 나뉘어 법안에 이견을 밝히며 2시간 논쟁하고 법안 내용까지 손댄 건 부끄러워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졸속 입법이란 점을 재입증한 셈이어서다. 내용 손질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논란 역시 피하기 어렵다. 직전까지 몇 차례 수정된 소관 문화체육관광위 심사에서 다 끝냈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오ㆍ남용한다면서 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고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내로남불 소리를 또 들을 수밖에 없는 모순적 행태다.
본회의가 미뤄졌지만, 법안의 운명은 며칠 순연된 데 불과하다. 박 의장은 임시국회 회기 내(오는 31일) '결정'을, 민주당은 이달 중 '처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전원위를 열어 토의하자 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거론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수정을 거듭한 법안은 고의, 과실에 의한 허위ㆍ조작 보도에 한해서 그로 인해 발생한 일반인 피해 구제를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변호사비도 안 되는 500만 원 이하가 다수인 법원의 손해배상 판단 현실을 보정하는 수준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둬 적용받는 예는 거의 없을 거란 예측도 한다. 정치, 경제 권력자들은 청구 자격이 없기 때문에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억제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도 반론한다. 반면 이 제도의 신설만으로 위축 효과가 생겨 언론 자유와 국민 알권리는 축소된다고 야당 등 반대 측은 말한다. 가짜뉴스 잡으려다 진짜뉴스까지 잡을 우려가 있다거나 여당이 정작 가짜뉴스 온상인 유튜브 매체 환경 개선과 영향력 큰 공영언론 개혁은 외면한 채 부실한 입법으로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은 또 다른 각도에서 잇따른다. 과연 이 제도가 있었다면 국정 농단 사태의 실상을 엿보게 한 민간인 최순실 관련 보도가 쏟아질 수 있었겠느냐는 비유는 상징적이기도 하다. 인식차가 크고 적극적 반대 세력의 의견 표출이 집요한 것이 여야 합의 없는 입법 강행의 강한 후폭풍을 예감케 한다. 여당은 이른바 민주, 개혁파 인사들조차 독주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을 새겨야 할 때다. 법익에 견줘 치러야 할 정치적 대가가 크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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