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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첫째·둘째·셋째 다 안 낳는다…女경제학회 “현금 지원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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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생아 수가 27만2300명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3만3000명(10%)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출생아 수와 출산율 모두 역대 최저다. 2016년 이후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38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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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합계출산율 사상 최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5일 한국여성경제학회에 따르면 이 단체가 지난달 발간한 학회지에는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여성경제연구 7월호'에는 저출산 정책 관련 논문만 2개가 실렸다. 단순히 출산율만 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부 지표도 악화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고령 산모 늘고…둘째부턴 급감



실제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출생 통계’를 보면 평균 출산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등 출산 관련 지표 악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출생자 중 첫째아는 15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5000명(8.6%)이 줄었다. 둘째아와 셋째아의 감소는 더 가파르다. 둘째아는 9만6000명, 셋째아 이상은 2만3000명이 태어나는데 그쳤다. 각각 1년 사이 11.8%와 12%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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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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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아이를 안 낳는데다 낳더라도 한 명만 낳고, 둘째 이상은 갖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부모의 평균 출산연령도 전년보다 높아졌다. 출생아 어머니의 평균 출산연령은 33.1세로 0.1세 상승했고, 아버지의 평균 연령은 35.8세로 역시 0.1세 올라갔다. 이에 따라 고령(35세 이상) 산모 비중이 전체의 33.8%를 차지해 처음으로 3분의 1을 넘겼다.



출산 시 200만원, 수당 月30만원



정부는 지난해 향후 5년간의 저출산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2022년 출생아부터 만 24개월 미만까지 매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0~11개월은 20만원, 11~23개월까지 15만원씩 주던 양육수당을 개편하는 방식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2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일시금 지급하는 내용도 대응책에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달 여성경제연구에 게재된 ‘중앙과 지방정부 출산율 제고 정책 효과성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출산장려금 지원 정책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 작성자는 2015년부터 2년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다. 해당 논문은 유배우 출산율(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에 초점을 맞췄다.



"돈 얼마 더 준다고 아이 안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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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응 예산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 교수는 “2016년 이후 오직 보육‧가족‧여성예산 비중만이 유배우 출산율에 양(+)의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다”며 “핵심은 출생과 직접 관련해 지급하는 현금 지원 효과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금성 지원으로 해결하기에는 출산 의사결정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까지는 출산장려금과 보육시설의 숫자가 유배우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 들어 주거·근로환경·젠더 갈등 등이 급변하면서 돈을 10~20만원 더 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다양한 데이터 변수를 통한 연구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게끔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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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학회지에 게재된 '출산율 반등 성공사례와 출산율에 미치는 요인 분석' 논문에서 최숙희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일·가정 균형, 성평등 인식, 삶의 만족도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독일·일본 등 출산율이 올라간 국가처럼 남성 육아휴직과 여성 고용률 유지를 통한 경력단절 방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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