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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엄정 조처” 이준석, 당내 갈등 또 번질라 ‘절반만 징계’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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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중 6명만 탈당 요구·제명, 왜

한겨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조합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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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에 연루됐다고 통보한 소속 의원 12명 가운데 5명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1명은 제명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당대표로 선출된 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엄중 조처’를 강조했지만, 당내 갈등을 우려해 ‘일괄 탈당’을 권유했던 민주당보다 못한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오전 8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까지는 약 7시간이 걸렸으며, 12명 의원 전원에게 화상으로 소명을 받는 절차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를 밀봉 형태로 받아들고 본인 소명을 듣지 않고 전격적으로 일괄 탈당을 권유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대조적이었다.

그동안 “민주당보다 더 엄격한 처리”를 강조했던 이 대표는 강경 대응을 희망했지만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대표는 일괄 처리를 주장했으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권익위 자료를 보고 소명 절차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며 “이번 위기를 어서 끝내고 이제는 다 같이 함께하자는 분위기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지도부와 협의 끝에 절반만 징계하는 ‘타협안’을 선택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장시간에 걸친 논의와 당사자 소명 절차를 통해 권익위 통보내용을 바탕으로 마음 아픈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셀프 면죄’, ‘용두사미’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더 이상의 당내 갈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까지 대선 후보 경선 주도권을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주자들과 대립했다. 전날인 23일 당내 분란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대선 선거관리위원장에 기용하며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한 이 대표로선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모두 엄정 처리할 경우 닥칠 내부 저항에 따른 자중지란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선별 처분’ 결정은 민주당의 선례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상호 의원 등이 무혐의를 주장하며 당에 항의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 단순히 의혹만으로 일괄 탈당시키는 것보다 당이 먼저 판단하는 게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의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2명 의원 전원에게 일괄적으로 탈당을 권유했으나 5명 의원이 거세게 반발하며 버티는 등 당 차원의 징계가 흐지부지된 상태다. 전날 국민의힘에 “엄정한 조처”를 하라고 압박했던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신속한 결정과 조치를 존중한다”고 밝혀 이 대표의 선택에 부담을 줄여주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소속 국회의원 12명의 위법한 부동산 보유·거래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과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국민 앞에 부끄럼 없는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로 당 지도부의 징계가 사실상 실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선별 조처’를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들이 탈당에 불복한다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소명 작업을 거쳐 선별 작업을 한 만큼 탈당 요구에 저항하는 의원은 윤리위를 통해 제명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윤리위의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사람이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 처분을 강제하도록 돼있다. 단, 탈당 뒤 무소속 상태에서 경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결백이 입증되면 다시 복당시킬 방침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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