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권력·한반도 국제관계사의 재인식
'죄악의 천사들', '돈' 등 영화 13편을 만든 프랑스 출신 감독 로베르 브레송(1901∼1999)이 영화 미학을 정리한 작가 일지.
저자가 1950∼1958년과 1960∼1974년에 쓴 짧은 글 456편을 모았다.
몇 줄 되지 않는 글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예컨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의 수가 많아지면, 이들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든다", "연출가 또는 감독. 누군가를 감독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감독하는 일이 중요하다", "참된 것은 모방할 수 없다. 거짓된 것은 변형할 수 없다"와 같은 문구들이 이어진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서문을 썼다. 그는 "브레송의 말 하나하나는 똑같은 강도(强度)가 있다. 이 말들은 한 노련한 감독이 쓴 일지 이상의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문학과지성사. 166쪽. 1만5천 원.
▲ 존재권력 = 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최성희·김지영 옮김.
정치철학과 미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선제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권력의 속성과 작동 방식을 분석했다.
그는 미셸 푸코가 제시한 '생명권력'으로는 권력이 움직이는 양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면서 오늘날 권력은 출현하지 않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감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존재감을 높여 나간다고 주장한다.
일례가 테러와의 전쟁이다. 저자는 9·11테러 이후 불확실한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그로 인해 일상에 대한 감시가 만연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존재권력에 대해 "이전 권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성이라는 새로운 발판 주변에 이전 권력을 재조직·재통합한다"며 "존재권력은 일종의 변화하는 '권력의 생태학'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부당한 형태의 권력에 맞서 적극적으로 저항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갈무리. 400쪽. 2만2천 원.
▲ 한반도 국제관계사의 재인식 = 신욱희·구갑우 외 지음.
정치학과 외교학을 전공한 연구자 7명이 북핵 문제, 미중 갈등, 한일 분규의 역사적 기원을 탐색한 글을 모았다.
신욱희 서울대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한·미·일 관계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고찰하고,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1954년 한미 합의 의사록 서명까지 양국 간 분쟁을 다룬다.
이 밖에 1949년 태평양 동맹 재해석,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과 한반도 국제관계, 한국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탈식민주의 이론적 검토 등에 관한 논고가 실렸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08쪽. 2만2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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