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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길고 굵은’ 거리두기 속 자영업자…“재난지원금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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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내달 5일까지 2주간 연장된 23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한 미용실에 '4단계 언제까지 할건데'라고 쓰여 있는 할인 간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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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3일부터 수도권 4단계ㆍ비수도권 3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다음 달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지만, 방역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추석 대목에 재난지원금을 뿌려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ㆍ대전ㆍ제주 등 4단계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식당ㆍ카페 등의 매장 영업제한 시간은 오후 10시까지에서 9시까지로 1시간 단축한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강화하고, 외부 식당 및 미팅을 금지하는 등 직원들에게 대면 접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시민들이 돈을 쓰려고 해도 쓰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거리두기를 연장하는 게 아니라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거리두기로 인한 충격이 이미 쌓일 대로 쌓인 자영업자에게 이번 조치는 추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거리두기 재연장에 항의하는 자영업자 ‘걷기 운동’ 행사에서 한 호프집 사장은 “오후 9시로 영업을 제한하면 손님이 주로 2ㆍ3차에 찾는 우리 가게는 사실상 손님이 끊기게 된다”며 “코로나 전보다 매출은 10분의 1 수준이고, 2년간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남은 기간 자영업자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확산하던 때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 3.9%, 올해 1분기 1.6%로 내리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면 서비스업은 아쉬움이 더 크다. 내리막을 달리던 매출이 올 2분기에야 반짝 회복했는데 다시 내리막길이 깔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최근 방역 상황에 따라 당국과 지급 시기를 조율하고는 있지만, 9월까지 재난지원금의 90%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이 대면 소비를 촉진해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원이 시중의 유동성을 늘리고, 추석을 앞둔 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가파른 오름세인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

당초 기대한 소비 진작 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이번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골목상권에서 지갑을 열게 해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 소비 효과가 흐르도록 하자는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대면 소비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들인 예산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는데, 재난지원금의 차수가 높아질수록 기대감도 줄기 때문에 이번에는 효과가 더 감소할 수 있어 의문”이라며 “그렇다면 무리해서 추석에 지급하기보다 당장 급한 방역 문제를 해결한 뒤 지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거듭하는 영업제한과 매출 감소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짧고 굵게 끝내자’던 정부의 약속이 무색해진 상황에 소상공인은 언제까지일지도 모를 영업제한을 ‘길고 굵게’ 겪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손실보상법을 통해 올해 영업제한도 실효적으로 보상돼야 하고, 코로나 사태 초반에 시행된 각종 정책 대출의 연장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연장 방침도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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