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을 떠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백명이 지난 19일 카불을 이륙한 미군 수송기 안에 가득 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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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들을 수용할 장소 중의 하나로 한국의 미군기지를 지목하면서 '아프간 난민 수용론'이 화약고로 부상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난민 수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크다.
22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한국 등 미군기지에 아프간 피란민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타르·바레인 등 인근의 미군 기지들이 밀려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으로 과밀상태가 되면서 미국 정부가 이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한국과 일본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방부가 피란민 임시 숙소 제공지로 유력하게 고려 중인 장소는 미국 버지니아주와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군 기지들이다. 이 밖에도 일본, 한국,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도 검토하고 있다.
아프간 난민이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난민 수용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미국이 자국과 국외에 있는 자국 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아프간인 재정착 계획'을 발표해 향후 2만명까지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미군 기지 피란민 지원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임시 숙소 등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아직 받은 바 없다"면서도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미국 국무부, 국방부 및 한국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각 나라에 있는 미군 기지가 사실상 미국 영토로 간주되는 만큼 가능성은 있지만,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주둔국 현지 사정과 국민 여론 등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난민을 수용하자는 전향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아프간 현지에서 재건 임무를 수행할 당시 한국 기관에서 일하거나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아프간 평화 정착과 난민 보호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여야 의원 7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현지에 있는 한국 기관을 돕다가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을 보호할 대책을 우리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미군 기지를 피란민 수용지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면서도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난민을 수용하자는 전향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적어도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 국민을 본국에 추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올렸다.
또한 법무부도 국내 체류 아프간인들을 대상으로 체류 기간이 끝나도 임시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장·단기 체류 자격을 부여 받아 국내에 머물고 있는 아프간인은 지난 7월 말 기준 417명이다.
한편, 21일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23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미군 기지를 피란민 수용지로 지원하는 방안이 언급될지 주목된다.
김해원 기자 mom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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