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린 적 없으면 2차 접종해야 '부스터 효과'
감염력 있으면 1차 접종과 비슷…2차 접종 증폭 효과 약해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 저널 '이뮤니티' 논문
세포 면역에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 |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백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항체와 T세포의 장기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의 초점이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중화항체에 맞춰졌다.
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도 장기 방어 효과를 담보하려면 지속적인 T세포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mRNA(전령 RNA)로 항원을 만드는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항체 외에 T세포 반응까지 강하게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mRNA 백신의 T세포 반응 강도는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지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감염 병력이 있는 사람은 1차 접종 때부터 강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2차 접종을 해야 충분한 강도의 반응이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E. 존 훼리(E. John Wherry) 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저널 '이뮤니티(Immunity)'에 논문으로 실렸다.
호중성 백혈구의 유도를 따라가는 '바이러스 특이' CD8+ T세포 |
T세포는 항원을 식별해 외부 침입자를 파괴하는 킬러 T세포(killer T cells)와 외부 침입을 B세포에 알리는 '헬퍼 T세포(helper T cells)'로 나뉜다.
킬러 T세포는 혈액과 림프를 타고 몸 안을 돌다가 외부 침입자의 항원(단백질 펩타이드)을 발견하면 즉각 전시 체제로 전환한다.
항체가 신종 코로나의 세포 감염을 막는다면 킬러 T세포는 감염 세포를 직접 파괴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T세포를 세포 면역의 주역으로 꼽는다.
또 킬러 T세포가 증식해 생긴 딸세포 중 일부는 '기억 T세포'로 살아남아 수십 년간 면역 기억의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백신의 T세포 반응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게 없다. 백신의 T세포 반응이 항체 반응보다 훨씬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훼리 교수팀은 건강한 피험자 47명에게 코로나19 mRNA 백신을 접종한 뒤 T세포 반응을 면밀히 검사했다.
이들 가운데 중 36명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고, 11명은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이었다.
감염 전력이 없는 그룹에선 1차 접종 직후부터 'CD4 T세포'라는 헬퍼 T세포 반응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들 헬퍼 T세포의 일부는 항체 반응을 도왔지만, 나머지는 정해진 표적을 식별해 파괴하는 'CD8 킬러 T세포'의 폭발적 증식을 자극했다.
대체로 1차 접종 때 CD4 T세포 반응이 강하면, 추후 항체 반응과 킬러 T세포 반응도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킬러 T세포는 1차 접종 단계에서 많이 발현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에게 강한 T세포 반응을 유도하려면 2차 접종이 꼭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생쥐의 암 종양(청색·오렌지색)을 공격하는 T세포(녹색) |
흥미롭게도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은 T세포 반응이 전혀 달랐다. 백신을 맞기 전부터 헬퍼 T세포와 신종 코로나 특정 킬러 T세포가 상당히 많이 존재했다.
감염 병력이 있는 사람도 백신을 1차 접종하면 T세포가 약간 더 늘었지만, 2차 접종까지 해도 증가 폭은 별로 크지 않았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훼리 교수는 "코로나19 감염력이 없는 사람은 1차 접종을 마중물로 삼아 2차 접종 때 엔진을 완전히 가동하는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은 이미 1차 백신을 맞은 것과 비슷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선 또 mRNA 백신 접종 후 수주 내에 반응하는 T세포 가운데, 보통 자연 감염으로 생기는 T세포 유형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T세포 방어력이 생겨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훼리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T세포 반응이 어느 정도 지속할지는 후속 연구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T세포 반응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기존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