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신승민 국장 인터뷰…"어느 공동체든 동성애 문제 갈등, 대화하는 수밖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승민 국장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개신교계 내 동성애 문제의 한복판에 감리교회 이동환 목사가 있었다.
2019년 한 퀴어축제에 참석해 축복기도를 올린 일로 교단 안에서 고발을 당했고, 교회 재판까지 넘겨져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감리교회는 목회자의 동성애 옹호나 지지를 하나의 범과로 보고 최대 출교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교단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데, 퀴어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한 것 자체가 동성애 옹호·지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목사와 그를 옆에서 도왔던 이들은 성소수자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사랑하고, 환대하고, 포용하고, 긍정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호소했으나 감리교회는 움직이지 않았고, 징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촉발된 교회 내 동성애 문제는 이렇게 교회 안에 생채기를 남긴 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어 온 교회 내 동성애 문제, 어떻게 바라보고 다가서야 할까.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신승민(60) 국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목사의 징계 얘기가 언급되자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며 "먼저 동성애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피력했다.
"동성애 문제를 두고는 교회뿐만 아니라 어느 공동체든 갈라집니다. 하지만 지지나 반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 문제는 공론화하며 대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만나 서로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포용하고, 일치하기 위한) '에큐메니컬 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는 1988년 대구 기독교교회협의회(NCC) 인권위원회에서 사무국장으로 현장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 서울 NCC 인권위 간사로 일하며 굵직했던 현대사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는 일로 윤석양 씨의 민간인사찰 폭로, 비전향 장기수 석방과 소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을 꼽았다.
인권문제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던 활동가였으나 그 또한 동성애 문제에서 편견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먼저 다가온 이를 밀어내기도 했다.
신 국장은 1998년부터 8년간 홍콩에서 세계기독학생총연맹 아시아태평양(WSCF-AP) 총무로 사역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지서 만나게 된 활동가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서 꺼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함께 현장에서 일하며 그의 신학적 사고, 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성에 공감하게 됐고, 편견 속에 동성애를 바라봤던 자신도 변화를 맞게 됐다고 했다.
신 국장은 2017년 캐나다 연합교회에서 출간한 '온전한 포용을 향하여'를 우리말로 번역 감수해 펴내기도 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동성애 문제를 에큐메니컬 대화로 풀어가는 것과 함께 논란의 당사자들을 "정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사도 바오로가 서간에서 동성애 관련 언급은 하지만 정죄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며 "한국교회는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죄인처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승민 국장 |
이어 "동성애가 병인지, 아니면 하나님으로부터 그렇게 지음을 받은 것인지, 저는 후자라고 믿는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모든 이의 안식처, 그게 바로 교회"라고 정의했다.
신 국장은 NCCK에서 3년 넘게 준비해온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를 두고 조속한 시일 내에 출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NCCK는 지난 3년간 개신교계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와 더불어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담은 목회 안내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막바지 검토 작업이 길어지면서 발간 또한 미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NCCK가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일부 회원 교단이나 교회의 눈치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동성애와 관련해 기존에 번역해서 냈던 책과 달리 직접 출간한다는 점에서 NCCK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목회 안내서는 내야 하지 않을까요."
신 국장은 한국 교회가 번영 속에 크게 성장했지만 잃어버린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복음의 정신'이다.
1970∼80년대 교회는 소외된 사람과 함께 했고, 변변한 사회복지 단체가 없던 시절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교회가 유일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교회 또한 대형화하며 세가 커졌고, 이에 '배부른 교회'가 나타나며 가난한 자들과 더는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국장은 "복음의 핵심은 가난한 자를 돌보는 것인데, 교회가 배가 부르면 다 잊고 만다"며 "본래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힘을 줘 말했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